'초완화' 통화정책 종료 임박 시사한 우에다…"내년 중 정상화" 전망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올해 마지막 공개 연설에서 초완화 통화정책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이르면 내년 1분기쯤 BOJ가 17년만의 금리 인상에 나설 거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전날 도쿄에서 열린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주최 행사에 참석해 “물가 목표(2%)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충분히 많아질 경우, 정책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지속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에 비하면 한 발짝 진전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정책 수정 가능성을 밝힌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 탈출을 위해 지난 2016년 정책 금리를 –0.1%로 내린 뒤 초 완화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 자산을 예금보다 소비‧투자로 유도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다. 2% 선을 넘지 못하던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전년 대비)은 지난해 5월에야 간신히 반등해 지난달 2.5%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구체적인 통화정책 변화 시점에 대해 “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BOJ는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나타내야 통화정책 정상화, 즉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 상승이 소비를 이끌어 물가 상승세를 안착시키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우에다 총재는 25일 연설에서 “내년 춘계 노사 협상(춘투)에서 분명한 임금 인상이 이뤄질 지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이번에야말로 낮은 인플레이션 구조에서 벗어나 임금-물가의 선순환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 BOJ가 2007년 이후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내년 3월 3%대의 임금 상승률을 확인한 뒤 4월쯤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내년 1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BOJ가 임금 동향을 미리 파악해 금리 인상 시점을 1월로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감에 엔화 가치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2.08엔까지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한때 152엔까지 올랐다가 최근 140엔 초반에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러면서 투자자들의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는 한풀 꺾이는 추세다. 지난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엔화 예금 잔액은 1조1348억4908만엔(약 10조3310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622억4979만엔(약 5667억원) 줄었다. 지난달에 100엔당 850원대를 기록하던 원‧엔 재정 환율이 최근 900원대를 회복한 영향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 하나은행 고시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910.05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간(914.42원)보다 4.37원 내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에다 연말 해외여행 수요가 더해져 엔화 예금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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