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걸렸다" 올해 최고의 보이그룹은 이들
[이현파 기자]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2023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여전히 대중은 보이 그룹 노래를 잘 찾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플레이리스트 속 보이 그룹은 빅뱅과 방탄소년단 이후로 멈춰 있는 경우가 많다.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에스파 등 4세대 걸그룹들이 팬덤과 대중의 지지를 고르게 받으며, 유례없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이 그룹의 음악과 퍼포먼스, 마케팅은 갈수록 글로벌 팬덤을 공략하게 되었다. 빌보드 200 차트 1위, 거대한 월드 투어 등 해외에서 거둔 괄목할 성과 역시 대중에게는 잘 체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4세대를 대표하는 한 보이 그룹의 멤버는 유튜브 채널에서 "남자 아이돌이 주목을 많이 덜 받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남자 아이돌 중에서 대중과의 거리를 가장 좁힌 팀을 뽑자면 단연 베테랑 '세븐틴(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데뷔 9년차 세븐틴은 올해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부승관과 도겸, 호시가 결성한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는 보이 그룹을 듣지 않는 남성들도 귀를 열게 만큼 친근했다. 이 곡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많은 현대인들의 노동요로도 사랑받았다.
세븐틴이 올해 4월에 발표한 < FML >은 63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10월에 발표된 < SEVENTEENTH HEAVEN > 역시 5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세븐틴은 케이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일 앨범의 주인공이 되었다.
2023년의 세븐틴을 단 세 글자로 요약해야 한다면 단연 '손오공'이다. 미니 10집 앨범 < FML >의 타이틀곡 '손오공(Super)'은 세븐틴 커리어의 어떤 곡과 비교해도 두드러질만큼 화려하고 빠른 곡이었다.
저지 클럽(Jersey Club), 아프로비츠(Afrobeats), 드릴(Drill) 등 최근 팝에서 유행하는 장르의 요소를 수혈하고, 정신없이 빠른 킥 드럼 사운드를 과시한다. 한편 작곡과 프로듀싱 역할을 하는 우지를 비롯해 에스쿱스, 버논 등의 멤버가 직접 작사를 맡았다.
퍼포먼스 역시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세븐틴과 수백명의 댄서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퍼포먼스는 <서유기>의 손오공이 부리는 도술이든, 만화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든 자유롭게 소환할 수 있다.
활동 당시 멤버 디에잇은 쇄골 부상이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오히려 이 부상을 퍼포먼스의 일부로 살렸다. 초중반 군무에서는 등장하지 않다가, 자신의 파트 때 신 스틸러처럼 등장해 주인공이 된 것이다. 팬들은 디에잇을 '손오공'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며 추켜 세우기도 했다.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땅을 보고 계속 올랐지 정상까지/ 많은 시련은 보란 듯이"
"강한 마음이 중요하지 미래는 도망가지 않아 내가 놓기 전까지"
지난 11월 29일, 세븐틴은 일본에서 열린 엠넷 음악 시상식 '2023 MAMA 어워즈'에서 커리어 첫 대상을 거머쥐었다. 팀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보컬인 멤버 우지는 "여기까지 너무 오래걸린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며 "시작부터 손가락질 많이 받았다. 모두가 너희는 절대 안 될 거라고, 사람 너무 많아서 안 된다고 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손오공'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쉽지 않았던 여정이다.
'손오공'은 2015년부터 꺾이지 않고 달려온 열세명 스스로에게 바치는 헌사다. 앨범의 첫 트랙 'F*uck My Life'에서 '어릴 적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왜 내가 될 수 없는지?'라고 말했던 이들이, '손오공'에서는 '이 노래는 이 만화의 엔딩송이다'라고 노래하는 서사는 쾌감마저 선사한다.
▲ SEVENTEEN (세븐틴) '손오공' Official MV ⓒ hy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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