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北 인권' 가해자 책임 묻겠다"…범정부 '종합 계획' 공개

박현주 2023. 12. 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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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침해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통일 이후 가해자의 책임을 묻겠다."

윤석열 정부 북한 인권 정책의 로드맵 격인 '북한 인권 증진 종합 계획'이 26일 공개됐다.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북한 주민 스스로가 인권 의식을 갖도록 정보 접근권을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2023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뉴스1.


'기본 계획' 어렵자 '종합 계획' 발표


통일부는 이날 외교부, 법무부와 합동으로 ▶북한 인권 실태조사 체계화 및 실효적 책임 규명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강화 ▶이산가족·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등 8개 과제를 포함한 '북한 인권 증진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 계획'은 2016년 9월 발효된 북한 인권법에 근거한 '기본 계획'의 발표가 국회의 비협조로 어려워진 데 따른 대안이다.

현행 북한 인권법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이 3년마다 발표하게 돼 있는 '북한 인권 증진 기본 계획'은 여야 동수 추천으로 꾸려지는 북한 인권증진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가동이 멈췄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 통일부가 국회에 공문을 보내며 위원 추천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통일부의 북한 인권 증진 활동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덴바람 마파람' 행사를 찾은 한 시민이 전시물을 둘러보는 모습. 뉴스1.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자문 위원회의 정식 절차를 거친 기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워 종합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나왔던 '제2차 북한 인권 증진 기본 계획'(2020~2022)과 차이점에 대해선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실효적 책임 규명과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을 주요 추진 과제로 포함하고 이산가족·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도 별도 과제로 포함해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수립됐던 2차 기본 계획에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다", "대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대목이 담겨,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마저 북한에 저자세를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통일 후 가해자 책임 묻겠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을 향한 실효적 책임 규명을 위해 향후 1년간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 입소한 탈북민 조사를 강화하는 등 인권 침해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기록하는 데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중·장기적으로는 통일 이후 북한에서 자행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법 절차의 기초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 2014년 유엔은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인도에 반한 죄'로 규정하고,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책임 규명을 권고했다.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공군 주요 시설을 방문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민간 활동도 인권 증진 기여"


한편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 제고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의 다양한 활동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접경 지역에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와 관련해선 "이번 종합 계획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2020년 12월 제정됐던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는 일은 없게 됐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우선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에 내년도 예산 46억원을 들여 '국립 북한 인권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자료가 전시될 예정이라 벌써부터 '한국판 홀로코스트 박물관'이라는 비유가 나온다.

내년 6월에 국·영문 등으로 발간될 연례 북한 인권보고서에도 통일부는 생생한 시각화 자료를 추가해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영국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모습. 코리아퓨처.


납북·억류·국군포로…국제사회와 협력


통일부는 또 이산가족과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산가족이 급속히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당초 5년 단위로 실시되던 법정 실태조사를 2년 앞당겨 내년에 하기로 했다. 또한 이산가족 1세대를 중심으로 지원하던 유전자 검사를 가족의 의사에 따라 2~3세대 및 해외 거주자, 탈북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생사 확인과 송환 요청도 정례화하고 국제사회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8월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는 "납북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문구가 반영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내년에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가 예정돼 있고 유엔 COI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년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할 주요 계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를 만난 모습. 연합뉴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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