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 돌봄 일자리만 넘쳐 난다..."생산성 저하 막아야"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돌봄 서비스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지만 구직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하의 제조업 기피 현상으로 제조 현장의 인력난도 커지는 추세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일자리 매스매치 심화는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 업무의 자동화, 외국인 인력 활용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송상윤 한국은행 제주본부 과장 등 연구진이 발표한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돌봄서비스 구인 증가율은 133.9%다. 전체 평균(36.6%)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 직종 중 구인 증가율 1위다. 같은 기간 돌봄 구직 증가율은 47.1%로 역시 전체 평균(14.7%)보다 높았지만 일자리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체 구인 중 돌봄 서비스 한 직종에서 차지하는 구인 비중은 2019년 1월 5.7%에서 지난 9월 기준 11.3%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돌봄 일자리 증가와 인력 부족이 전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ㆍ경남 등 15세 이상 인구 중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돌봄 서비스 구인 증가율도 높은 상관관계(상관계수 0.58)를 나타냈다.
제조 현장직(화학 물질 생산ㆍ판금ㆍ용접 등)의 인력난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커졌다. 2030세대 뿐 아니라 40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도 심해지는 추세라서다. 코로나19 이전(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제조 현장직의 연령대별 구직 증가율을 살펴보니 30대 이하는 -15%, 40대는 -5.2%였다. 다른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60대 이상만 제조 현장직 구직 증가율(34.3%)이 전 직종 평균(33.6%)보다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구직 대비 구인 배율(tightness)은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커졌다. 구인ㆍ구직 분포 격차(미스매치)는 제주ㆍ광주ㆍ강원ㆍ대전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확대됐다. 17개 시ㆍ도 중 세종은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데이터에 한계가 있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제조업 중 숙련도가 높지 않고 반복 업무의 성격이 강한 제조단순직의 경우 자동화를 추진해 인력 부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화학ㆍ금속 등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제조업의 경우 근무여건 개선 노력 등으로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는 20~40대의 평균근속연수가 긴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돌봄 서비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해 돌봄 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추면서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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