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가치 ‘뚝’…경영 시험대 오른 SK스퀘어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2.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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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스퀘어가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지분 매각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11번가 콜옵션(주식을 되살 수 있는 권리) 포기로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SK스퀘어는 투자 조직을 2개 체제로 재편하는 등 포트폴리오 관리·회수에 각별한 노력을 쏟는다.

목표 달성 ‘삐거덕’

투자 조직 재편

SK스퀘어의 성장 목표 달성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최근 SK스퀘어 순자산가치(NAV)는 23조원대다. NAV는 자산의 시장 가치에서 부채를 뺀 것으로 ‘이 회사를 청산한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를 보여준다. 통상 지주사 NAV는 자회사 실적 ‘더블카운팅’ 이슈로 50~60% 정도 할인율이 적용되는데, SK스퀘어 NAV 할인율은 70% 정도다. 2021년 11월, SK스퀘어 출범 당시 NAV 목표는 2025년까지 75조원 규모로 키우는 것이었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란 매우 힘들어 보인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핵심 자회사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지배력 확대로 그나마 선전 중이지만 주요 자회사 성장 전망은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SK스퀘어는 이커머스 업체 11번가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데다 이사회에서 11번가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당시 계약에는 ‘드래그앤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즉, SK스퀘어의 경우 2023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컨소시엄이 SK 지분까지 강제 매각(드래그얼롱·Drag Along)할 수 있게 하되, 그 전에 SK가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했다. SK스퀘어는 배임 논리를 앞세워 콜옵션 포기 논리를 정당화하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이번 사태로 드래그앤콜 조항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최대 큰손 국민연금의 회수를 외면해 자본 시장과 척을 지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 SK스퀘어는 최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과 성과 극대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이원화하고 프로젝트 단위 업무 방식을 도입한 게 뼈대다.

우선 산업 속성별 듀얼 CIO 체제로 재편한다. CIO 그로스(Growth)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사업을 맡는다. CIO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은 원스토어, 11번가, SK쉴더스,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 반도체 외 사업을 맡는 방식이다.

CIO 트랜스포메이션 조직 수장으로는 송재승 CIO 매니징디렉터(MD)가 선임됐다. 송 CIO는 1979년생으로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2018년 SK그룹에 합류했다. 2023년 초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와 SK쉴더스 매각 거래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기존 투자 조직을 이끌던 하형일 CIO는 CIO 그로스 조직을 총괄한다. 하 CIO는 인프라 투자회사 맥쿼리 출신으로 SK텔레콤 최고개발책임자(CDO)를 거쳐 현재 11번가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한다.

투자 조직 업무를 돕는 투자지원센터장은 한명진 SK텔레콤 기업전략(Corporate Strategy) 담당이 맡는다.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은 CIO와 같은 급으로 투자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의 수장이다. CIO 2명이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맡는다면 투자지원센터장은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전체적인 이익 변동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SK스퀘어 측은 “투자지원센터 아래 ‘포트폴리오 전략 담당’ 조직을 둬 포트폴리오별 성과와 위기관리 기능을 강화하며, 프로젝트 기반 유연한 운영 체계를 도입한 것”이라며 “기존 포트폴리오 가치 상승(밸류업)과 재조정(리밸런싱)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게 조직 개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통찮은 투자 성적표

관리·회수에 총력

지금까지 SK스퀘어 투자 성적표를 놓고 보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듯싶다. SK쉴더스는 스웨덴 투자회사 EQT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겼고 11번가는 콜옵션 포기로 뼈아픈 손절을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도 티빙과 합병하기로 해 CJ ENM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에 따라, SK스퀘어 NAV 상승을 위해서는 나머지 자회사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나마 기대를 걸 만한 자회사는 티맵모빌리티다. 2021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성장세가 돋보인다. 국내외 경쟁자 난립으로 시장 구조가 파편화된 OTT나 이커머스 산업과 달리, 티맵모빌리티는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양강 구도를 이룬다. 최근 경쟁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속한 카카오그룹이 잇단 구설수로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점도 티맵모빌리티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2023년 9월 ‘올 뉴 티맵’ 출시 이후 경쟁력 강화에 기대를 건다. 티맵모빌리티는 티맵 플랫폼에 길안내·주차·대리·전기차 충전 등 운전자 위주의 서비스에 대중교통을 통합시켰다. 공항버스 조회와 예약 기능 신규 도입, 공유 자전거와 숙박 예약 서비스 등을 출시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으로 티맵 신규 가입자는 한 달 만에 65만명, 버티컬 서비스(특화 서비스) 전환율은 1.4배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덕분에 2023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63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이 기간 순손실은 248억43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었다.

원스토어는 최근 1260억원 규모 프리 IPO를 완료해 다소 숨통이 트였다. 2022년 IPO를 접은 이후 1년 만이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인 SKS프라이빗에쿼티와 키움인베스트먼트의 퇴로를 열어주고 LK투자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새 주주로 합류했다. SK스퀘어 입장에서는 추후 상장 이행까지 5년가량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 원스토어는 종합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스토어에 비할 처지는 못 된다. 다만, 게임에 특화한 토종 앱 마켓으로는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원스토어는 크래프톤으로부터 200억원을 투자받는 등 국내 게임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확대로 매출 다각화를 노린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앱 마켓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매출처로 꼽히는 대형 게임 유치 실적이 거의 없다. 대형 게임은 이용자 과금에 따른 수수료를 발생시켜 외형 확대를 위해선 대형 게임 입점이 필수 과제다. 원스토어가 NC 출신 전동진 대표를 2022년 선임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원스토어는 해외 매출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원스토어는 2023년 8월 네덜란드 소재 유럽법인 신설 절차를 밟는 등 해외 거점 확대를 노린다.

콘텐츠웨이브는 CJ ENM OTT 기업 티빙과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콘텐츠웨이브가 처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2019년 콘텐츠웨이브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를 대상으로 5년 만기 사모 CB 2000억원을 발행했다. 4년 내 상장 작업에 착수하고 5년 내 상장을 완료하는 조건이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은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했다. 이미 상장 추진 기한을 넘겨 투자자에게 사전에 약속한 수익률을 얹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다. 2024년 11월 투자 원금 2000억원에 연 복리 3.8%를 얹어 상환해야 한다.

최근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평판 리스크가 확산하자 콘텐츠웨이브 투자자들은 2024년에는 빌려준 돈을 상환받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버금가는 큰손으로 SK그룹 관련 거래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던 교직원공제회까지 투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게 되면 SK그룹 평판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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