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쯧쯧'…도마 위에 오른 연말 가요행사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말 가요 행사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무대 연출이 미숙했던데다 위조 티켓 사고까지 발생하고 해외에서 진행해 뒷말이 나오는 등 잇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진행된 'SBS 2023 가요대전'은 크고 작은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 위조 티켓이 유통되는 바람에 일부 팬들은 공연장까지 와서 입장하지 못해 불만이 터져나왔다. SBS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또 그룹 에스파가 레드카펫 포토월에서 퇴장하려던 중 한 남성이 안전선을 넘어 뛰어들어 경호원이 남성을 제지하기도 했다.
그룹 NCT의 멤버 텐은 '배기 진스' 공연을 위해 무대에서 이동하던 중 무대 리프트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이 목격돼 팬들이 경악하기도 했다. 이후 텐은 팬과 소통하는 플랫폼에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있지(ITZY)의 공연 중에는 전광판에 엉뚱하게도 컴퓨터(PC) 운영체제 우클릭 때 나타나는 메뉴가 표시됐고, 제로베이스원 공연에선 특정 부분의 음악만 반복 재생됐으며, 스트레이 키즈 공연에선 뉴진스의 음악이 재생됐다.
KBS는 매해 열어온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됐다. 가요대축제를 외국에서 여는 것은 한국의 공영방송사로서 TV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KBS의 본분을 잊은 행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KBS는 '가요대축제'가 아닌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로 행사를 확대해 국내외 공연을 병행하기로 했다. 공연은 이달 9일 일본과 15일 국내에서 각각 열렸고, 방송은 15일 일괄적으로 전파를 탔다. KBS는 15일 먼저 국내 공연을 생중계한 뒤 9일 열렸던 일본 공연 녹화본을 내보냈다.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은 국내 팬들을 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일본 웹사이트에 '한국에서 방영되지 않은 미공개 영상을 내년 1월 26일부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독점 공개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KBS 국내 사이트에는 '저작권 문제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에 비난이 쏟아지자 KBS는 "12월 18일부터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재공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말 가요 행사는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무대가 많아져 카메라, 음향, 연출 난도는 올라가는 데 비해 방송사들의 공연 역량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여기에는 수익성의 문제가 기저에 깔려있다. KBS는 2013년과 비교해 작년엔 총수익과 지출이 모두 감소했다. 역량을 개선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정은 SBS나 MBC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 때문에 3사는 모두 무료 방청객을 모집할 뿐 입장료를 받지 않아 연말 가요 행사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연말 가요 행사 시청률이 2000년대 최고 10%를 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1∼4%대에 불과해 전같은 광고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연말 가요 행사가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며 "다만 적자를 면하자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KBS가 올해 처음으로 일본에서 연말 가요 행사를 연 것도 일종의 궁여지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 공연은 예년처럼 방청객들을 무료로 초청했지만, 일본 공연은 일반석 2만2천엔(약 20만원) VIP석 4만엔(약 36만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관계자는 "사기업에서 여는 수많은 공연이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상파는 예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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