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기술주 담아볼까
202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며 주식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증시가 살아나며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기술주가 뉴욕 증시를 견인하며 주요 지수들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지속하며 3개월 만에 2600선을 넘어섰다.
단,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린 무지성 투자를 경계한다.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술주 투자를 고려한다면, 한국과 미국 시장 차이점을 이해하고 투자 종목과 시점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도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3월 금리 인하 기대는 과해
최근 뉴욕 증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12월 7일부터 19일까지 나란히 9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나스닥은 약 2년 만에 1만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뉴욕 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에서 상승세가 중단됐지만, 12월 19일 4769포인트를 기록하며 2022년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4797포인트)에 근접했다.
‘매그니피센트7’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들이 뉴욕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은 12월 14일 주가가 198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12월 7일부터 19일 사이 아마존(6%), 알파벳(5%), 메타(10%), 마이크로소프트(1%), 엔비디아(9%), 테슬라(7%) 주가가 대부분 시장 대비 큰 폭 상승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그니피센트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이 2023년 시장의 리더 자리를 되찾았다”며 “S&P500지수에 속하는 나머지 493개 기업은 이들의 활약에 편승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주식 시장에 훈풍이 부는 배경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 12월 1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공개한 경제 전망에서 2024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이는 5.25~5.5% 수준인 현 금리 대비 세 차례 인하를 반영한 수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FOMC 참석 위원들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인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2024년 3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어난다. 12월 FOMC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연준이 2024년 3월부터 5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3·5·6월 세 차례에 걸쳐 25bp(0.25%포인트)씩 금리를 낮추고, 하반기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월 2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ME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2024년 3월까지 금리를 내릴 확률을 69%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월 금리 인하는 이르다는 시각이 조금 더 우세한 분위기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연구원은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2024년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회복될 것이라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확보하려면 2024년 6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 전망도 다르지 않다. 하나증권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2024년 5~6월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금리 인하 시점을 6월 이후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주목
전문가마다 시점에 대한 전망이 다를 뿐 2024년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효한 만큼, 기술주 투자가 유망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단,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투자 종목과 시점에 관한 세부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기술주에 대한 개념이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주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는 산업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IT 하드웨어·반도체 등 IT와 플랫폼·게임 등 커뮤니케이션, 자율주행·모빌리티 등 일부 소비재에 해당하는 업종을 기술주로 꼽는다.
다만 한국에서는 기술주에 대한 개념이 다소 다르다. 이 같은 업종에 속하는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업황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등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경기가 부진하고 금융 환경이 경색돼도 이를 헤쳐나갈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의 기술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분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국내 기술주는 반도체 기업이 대다수다. 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에 추천할 만한 국내 기술주를 물은 결과, 공통적으로 SK하이닉스를 꼽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 대표 기술주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AI 분야의 독보적 기업이라는 평가다. 특히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가 소비 확대와 내수·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전기전자·반도체 업종의 수혜가 가능하다”며 “특히 특수 메모리 사업을 뒤늦게 재정비한 삼성전자와 비교해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과의 관계 구축과 연구개발·생산·영업조직의 일원화 등에서 2024년 말까지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K하이닉스 주가 상승기로 예상되는 2024년 2분기까지는 반도체 후공정 외주 기업(OSAT)과 HBM 관련주, 소재 업체까지 온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외 전문가 추천을 받은 기술주 역시 반도체 업체가 대부분이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ISC, AI 반도체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기업 텔레칩스를 추천했다. 하나증권 역시 SK하이닉스와 함께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꼽았다.
단, 최근 기술주에 수급이 쏠리며 주가에 대한 부담이 다소 높아졌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에 빠져 테마성 투자에 나서기보단 업황 개선에 기반한 주가 상승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연말연시가 기술주 비중을 늘릴 적시로 본다. 미국 빅테크들의 펀더멘털이 견고한 가운데, 다수 국가에서 순환적인 업황 반등이 기대된다. 최근 반도체와 세트는 재고 소진의 조짐도 포착된다. 이는 한국 기술주의 업황 반등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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