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학교 사라지고 ‘개(犬)모차’ 더 팔리는 현실 속 교회는?

장창일 2023. 12. 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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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유모차에 탄 한 강아지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26일 조간신문에 반려동물 유모차가 유아용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 이커머스 업체가 올해 1~3분기 동안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판매량 데이터를 공개한 것입니다. 대부분 언론은 초저출산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려동물용 유모차와 유아용 유모차 합계 판매량을 100으로 봤을 때 2021년엔 반려동물용 유모차와 유아용 유모차의 판매 비율이 각각 33%와 67%였고 지난해에는 36%와 64%였지만 올해 1~3분기에만 57%와 43%로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비율이 역전됐다고 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초저출산이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할 요인이 적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대 미만 연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4.43명에서 2010년에는 9.63명, 지난해 7.82명이었는데 올해는 또다시 6.6명으로 줄었습니다. 10년 뒤에는 4.74명으로 줄 전망입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로 떨어진 것도 현실이죠.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갈수록 늘어납니다.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2만 가구(25.4%)로 4가구 중 1가구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육 가구의 75.6%·27.7%가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통계를 보면 ‘개 유모차’ 판매량이 느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문을 닫은 한 학교의 교실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내년에 전국에서 문을 닫는 초중고교가 33곳에 달한다는 또 다른 보도도 충격을 줬습니다. 폐교된 학교는 올해 18곳에서 내년에는 무려 1.8배 이상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9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이 6곳으로 뒤를 이었는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라고 합니다.

서울 광진구 화양초교가 폐교됐고 내년에는 덕수고와 도봉고, 성수공고가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유모차를 탈 유아가, 학교에 다닐 학생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교회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인이 늘어야 한다지만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전도 대상자를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물론 교회는 늘 새로워져야 하고 부흥해야 합니다. 다만 과거 급성장기 때와 다른 교회론과 교회 성장학이 필요합니다.

한규삼 충현교회 목사는 최근 한 모임에서 ‘축소사회’를 언급했습니다. 한 목사는 “사회가 축소하는데 교회가 여전히 팽창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순교의 시대를 거쳐 부흥을 경험했는데 그다음 지향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가 축소사회를 준비 없이 맞이하면 안 된다”면서 “교회론적 변화를 통해 축소사회를 맞이할 무언가를 정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축소사회 교회론’이란 과연 뭘까요.

교회 성장과 부흥을 지향하면서도 변화한 시대에 걸맞은 교회론이 필요합니다. 교회론은 교회들이 따라야 할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없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죠.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와 목회사회학연구소, 문화선교연구원이 내년 교회 트렌드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 세상이 열렸다. 교회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초개인화된 청년세대라 하더라도 공감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 연구원)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들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초개인화’가 주로 다뤄진 키워드였습니다. 한 목사가 말한 축소사회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날 조 소장은 “앞으로의 교회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온라인 예배를 기반으로 한 신앙생활이 자연스러워지고 과거 교회당을 중심으로 생각했던 교회론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극 개인주의화 되고 온라인에 익숙한 신인류에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제안했죠.

불과 엿새만 지나면 2024년입니다. 부흥과 함께 성숙한 교회를 위해,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아닐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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