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아시안컵 잔혹사는 왜 길어졌을까

이준목 2023. 12. 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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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노리는 한국 대표팀

[이준목 기자]

'2023 AFC 아시안컵' 개막이 17일 앞으로 다가왔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한국축구 대표팀도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서울 시내 호텔에 소집돼 실내 훈련을 실시한다. K리그 일정을 마친 국내파 선수들과 전반기를 마무리한 해외파 선수들 16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실내에서 체력 단련 위주로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다.

오는 28일에는 용산 CGV에서 아시안컵에 출전할 26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머,어 내년 1월 2일 전지 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다.

AFC 아시안컵은 유럽의 UEFA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이나 남미의 코파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최고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가리는 아시아 축구 연맹 산하 최상위 대륙별 국가 대항전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하여 AFC 아시안컵 예선 통과국 등 총 24개국이 본선에 진출했다.

최다 우승국은 4회 우승의 일본이다. 199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0년과 2004년, 2011년에 각가 정상에 올랐으며, 지난 2019년 UAE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그 뒤를 이어 중동의 양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각각 3회 우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한국축구는 2회 우승으로 역대 4위이며 특이하게도 준우승만 최다인 4번을 기록했다.

이밖에 이스라엘(현재는 유럽축구연맹 소속), 쿠웨이트, 호주(2006년 AFC 편입), 이라크, 카타르가 각 1회씩 아시안컵 정상에 올라봤다.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경험한 국가는 9개국이며, 지역별 우승횟수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중동이 9회, 극동이 6회, 오세아니아가 1회씩을 기록했다.

한국축구는 대회 초창기인 1956년~1960년, 1-2회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한 이후 무려 반세기가 넘도록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21세기 이후로는 2015년 호주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직전 대회인 2019년에서는 벤투호가 대회 우승팀이기도 한 카타르에 패하며 8강에 그쳤다. 차범근, 홍명보, 최순호, 김주성, 박지성, 황선홍, 이영표, 기성용, 손흥민 등 한국축구사를 빛낸 수많은 레전드들도 여러 차례 아시안컵에 도전했으나 우승만은 인연이 없었다.

한국이 아시안컵 역대 최다 본선 진출(14회, 이란과 공동) 국가이자 최다 결승진출(6회, 사우디와 공동)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 본선에서 36승 16무 15패, 106득점, 64실점을 기록하며 승점 124점으로 이란(142점 41승)에 이어 최다승 및 승점 2위다. 또한 한국은 1988년 카타르 대회(준우승)에서 김주성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회 MVP를 수상했다. 조윤옥(1960년)-최순호(1980)-이태호(1988)-이동국(2000)-구자철(2011) 등 대회 득점왕을 5명이나 배출했다

축구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하며 어느덧 세계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도 10회 연속 본선진출에 성공한 축구강국 대한민국이 왜 아시안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을까.

한국축구는 다른 메이저 대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아시안컵에 소홀했던 측면이 강했다. 월드컵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무대로 '국제대회 성적이 곧 국위선양'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부터 한국축구가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온 대회였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1990년대 이후 연령대별 대회로 변경된 후에도 명성 높은 대회 브랜드와 '병역혜택'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하게 평가받던 무대였다.

반면 아시안컵은 우승을 해도 실질적인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초창기에는 참가국의 숫자도 적었고, 대회의 규모나 위상도 지금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축구가 아시안컵에 아예 무관심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실질적으로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1진을 출장시켰다.

진짜 문제는 애매한 개최 시기와 대표팀의 사정이었다. 한국 축구는 2년 주기로 번갈아 열리는 월드컵과 올림픽 일정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운영된다. 그런데 한국축구가 1980년대 이후 월드컵과 올림픽 모두 꾸준히 연속 출전하는 단골손님이 되면서 어쩔수없이 아시안컵의 비중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카타르 대회 이전까지 아시안컵은 월드컵 본선과 약 반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개최됐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월드컵 본선이 끝나면 대회 성과와는 별개로 항상 감독이 교체되곤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조 본프레레, 고 핌 베어벡, 조광래, 울리 슈틸리케, 파울루 벤투 감독은 모두 사령탑에 부임한지 6개월, 1년 미만의 짧은 시간에 팀을 만들어 처음 도전하는 메이저대회가 바로 아시안컵이었다. 자연히 팀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같은 대회와 시기가 겹쳐서 선수 중복차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부 주전급 선수들을 연령대별 대표팀에 양보하여 대표팀을 이원화해야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졌다.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로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에 총력을 다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올해 2월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지 약 1년만에 카타르 아시안컵에 나서게 됐다. 아시안컵 개최를 놓고 경쟁했던 한국축구는 아쉽게도 카타르에 개최권을 내주면서 홈 어드밴티지는 놓쳤지만, 이전의 대표팀에 비하면 아시안컵을 대비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클린스만호는 직전 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신화를 이룩한 핵심전력들이 대부분 건재한데다 대회 장소도 동일한 카타르이기에 기대가 크다.

클린스만호는 부임 이후 1년간 10번의 A매치를 치러 5승 3무 2패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초반에는 무승 행진이 길어지면서 우려를 자아냈으나 최근에는 월드컵 예선을 비롯하여 A매치 5연승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손흥민-김민재-황희찬-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대표팀의 전력은 2002 월드컵 이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 대표팀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도 별다른 변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만큼, 이번 대회에도 변화나 실험보다 팀워크를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대표팀은 내년 1월 6일에는 아부다비에서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을 치르고, 10일 결전지인 카타르로 향한다. 아시안컵은 내년 1월 12일부터 2월 10일까지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바레인(86위, 1월 15일), 요르단(87위, 20일), 말레이시아(130위, 25일)와 조별 리그 E조에 속해 있다. 조 1위에 오르면 일본, 인도네시아, 이라크, 베트남이 속한 D조 2위와 토너먼트에서 격돌한다.

아시아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최다 우승국 일본, 오세아니아의 강자 호주, 중동의 맹주로 꼽히는 이란 등이 한국을 위협할 대항마로 꼽히며, 이밖에 사우디, 카타르, UAE 등도 복병으로 거론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64년만에 아시안컵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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