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소원'이 된 이정후

배영은 2023. 12. 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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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25)가 내년 시즌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새로운 간판으로 꼽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오라클 파크를 방문한 이정후. AP=연합뉴스


MLB닷컴은 26일(한국시간) 빅리그 30개 구단 팬들의 연말 소원을 하나씩 꼽는 특집 기사를 게재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소망으로 '이정후가 팀에 확실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부여하는 것'을 꼽았다.

이 매체는 "이정후가 '스타'인지 아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샌프란시스코는 뚜렷한 특색이 없는 편인데, 이정후는 그동안 팀이 찾던 스타일의 경기력과 개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수·주를 갖춘 이정후가 '무색무취'의 샌프란시스코 야구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 것이다.

기회는 충분하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일찌감치 이정후를 "새로운 1번 타자 겸 주전 중견수"로 예고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도 이정후의 입단식에서 "최근 MLB는 콘택트 능력을 갖춘 타자를 선호한다. 우리 팀에도 그런 타자가 필요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가장 영입하고 싶었던 선수가 이정후였다"고 설명했다.

자이디 사장은 또 "이정후에게는 상대 투수의 구종을 빨리 알아채는 능력이 있다"며 "이 기술은 무척 특별하다. 분명히 MLB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역대 한국인 선수 포스팅 최고액이자 아시아 야수 최대 규모인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69억원)를 안긴 배경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와 '포스팅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둘 다 LA 다저스에 빼앗겼다. 아직은 이정후가 올겨울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수확이다. 그만큼 그를 향한 현지의 관심도와 기대치도 높다.

MLB 사무국은 지난 20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2024년 정규시즌 개막 D-100'을 홍보하는 이미지를 올리면서 이정후의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정후와 함께 등장한 선수는 요시다 마카타카(보스턴 레드삭스), 크리스천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등이었다.

2024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 D-100을 알리는 이미지에 등장한 이정후. (가운뎃줄 왼쪽). 사진 MLB 인스타그램


한편 MLB닷컴은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고 승자로 꼽히는 다저스와 관련해선 "모두가 알고 있듯, 오타니가 완벽한 선물 한 상을 차려줬다"고 언급했다. 이어 "야마모토와 타일러 글래스노우 영입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유머러스하게 덧붙였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9121억원)에 사인해 역대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을 해냈다. 심지어 총액의 약 97%에 달하는 6억8000만 달러를 계약 기간 이후에 받는 '지급 유예' 조항을 포함했다. 다저스가 우승 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오타니는 야마모토와 글래스노우의 계약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와 야마모토의 미팅에 함께 참석해 "나와 같이 우승하자"고 설득했다. 평소 오타니를 동경하던 야마모토가 확실히 마음을 굳힌 계기였다.

LA 다저스 입단 후 유명 일본인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한 오타니(오른쪽)와 야마모토. 사진 노부 마츠히사 인스타그램


오타니는 글래스노우에게도 "내년엔 당신을 위해 홈런을 치겠다. 내후년엔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지자"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글래스노우는 계약 후 "오타니와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이 커져 계약했다"고 털어놨다. MLB닷컴이 '오타니'라는 한 단어로 다저스의 다음 시즌을 정리한 이유다.

이 밖에도 오타니가 떠난 LA 에인절스 팬의 소원으로는 '마이크 트라우트의 건강'이 꼽혔다. MLB닷컴은 "세대를 초월하는 수퍼스타 한 명이 떠났지만, 다행히 한 명은 남아 있다. 다만 트라우트는 2018년부터 매년 140경기 이상을 뛴 적이 없다. 그가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필드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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