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연패 기록 중인 디트로이트, 동양의 32연패 깰까
[이준목 기자]
▲ 디트로이트-브루클린 경기 |
ⓒ USA투데이/연합뉴스 |
미국 프로농구 NBA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최근 단일 시즌 최다 연패 타이인 26연패의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시즌 2승째를 거뒀던 지난 10월 29일 시카고 불스를 118-102로 꺾은 이후 더 이상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10월 31일 오클라호마 썬더전(112-124)부터 지난 24일 브루클린 네츠(115-126)전까지 56일간 무려 26경기를 내리 패했다.
NBA 역사상 최다 연패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2014-2015, 2015-2016, 두 시즌에 걸쳐기록했던 28연패였다. 이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미식축구)를 통틀어도 최다 연패 기록이기도 하다. 단일 시즌 최다연패는 2010-2011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2013-2014시즌 필라델피아와 더불어 디트로이트가 기록한 26연패가 타이 기록이다.
디트로이트는 올해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7일 브루클린(홈)과의 리턴매치를 패하면 단일 시즌 최다연패, 29일 보스턴전(원정) 패배시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수립하게 되며, 31일 토론토(홈)전마저 패한다면 2023년을 마감하면서 미국 4대 스포츠 합산 최다연패 신기록을 경신하는 치욕을 맞게 된다.
또한 디트로이트는 현재 2승 27패로 NBA 동서부 컨퍼런스 30개팀을 통틀어 꼴찌를 기록하고 있으며 승률은 0.069로 유일하게 1할대도 되지 않는 팀이다. 디트로이트는 이미 2020-2021시즌(20승 52패)과 2022-2023시즌(17승 65패)도 꼴찌를 기록했던 리그의 대표적인 약체팀이다.
전성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1941년에 창단한 디트로이트는 NBA 챔프전 우승 3회(1989-1990, 2004), 동부 컨퍼런스 우승 5회를 기록한 명문팀이었다. 올드팬들에게는 1980-90년대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 불스의 최대 대항마이자, 2000년대 샤킬 오닐-코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를 침몰시킨 전설의 '배드보이즈(1-2기)'로 유명하다.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이었던 디트로이트는 2009-2010시즌부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14시즌동안 플레이오프 진출과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시즌은 단 2회, 그나마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조기탈락했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최근 4년간은 지구 최하위권을 도맡아는 리그의 승수자판기로 전락했다.
NBA에서는 전력보강을 위해 고의로 시즌 성적을 포기하고 차기 시즌 드래프트 상위 지명 순위를 노리는 '탱킹'이 고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정작 올 시즌 디트로이트는 탱킹을 노린 팀도 아니었다. 디트로이트는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명장으로 불렸던 몬티 윌리엄스 전 피닉스 선즈 감독을 NBA 사령탑 최고 연봉인 6년 7850만 달러(1035억 8075만 원)에 영입하며 성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무리한 리빌딩, 이해할 수 없는 로스터 운용으로 오히려 디트로이트를 위기에 몰아 넣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2021년 NBA 드래프트 1순위인 케이드 커닝햄이 에이스를 맡고 있는데 개인 기록은 나쁘지 않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고 3년 차에 불과한 선수라 리더십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 디트로이트는 포워드 보얀 보그다노비치를 제외하면 대부분 24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서 경험과 위기관리 면에서 약점이 뚜렷하다.
국내에서 프로농구(KBL)를 비롯하여 4대 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최다연패 기록은 1998-1999시즌 대구 동양이 기록했던 32연패였다. 당시 동양은 핵심 멤버인 김병철과 전희철이 나란히 군입대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외국인선수였던 그렉 콜버트는 기량은 뛰어났으나 개인사를 이유로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급하게 대체선수로 섭외된 새 외국인 선수 존 다지와 자바리 마일즈는 수준 미달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프로농구 초창기의 빈약한 선수층과 프런트의 무능, 여기에 각종 불운과 해프닝까지 겹치며 동양은 스포츠사에 다시 나오기 힘든 불명예 기록을 수립하고 말았다. 1998년 11월 24일 수원 삼성(현 서울)에 70-7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32번을 내리 무너졌던 동양의 악몽같은 연패 행진은, 해가 바뀌어 정규리그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1999년 2월 28일 광주 나산에 80-66으로 승리하면서 간신히 수렁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개운치 않은 뒷이야기가 남아있는데, 당시 동양의 승리는 사실상 나산의 '고의 패배'였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는 리그 순위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고 나산이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여 주전들의 출전시간을 줄이는 등,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동양의 기록적인 연패행진이 리그 이미지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컸던 탓에 KBL도 언론도 암묵적으로 내용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동양은 힘겹게 연패를 끊은 이후에도 더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남은 경기에서 다시 무기력하게 7연패를 당했다. 만일 나산전 승리가 아니었다면 동양의 연패 기록은 32연패가 아니라 40연패가 될 수도 있었다.
동양은 그해 3승 42패, 승률.067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KBL 역사상 1할대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것은 동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동양은 이후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했고 이후 2022년 캐롯(현 소노)에 구단을 인수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디트로이트의 연패 행진과 동양의 과거는 공교롭게 승률도 단 2리밖에 차이가 나지않는다. 디트로이트는 이제 6연패만 더하면 바다 건너 동양의 기록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만일 디트로이트가 이대로 연패를 계속 끊지 못할 경우, 2024년 1월 6일 원정으로 열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전에서 마침내 그 동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2연패의 신화를 창조할 수도 있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불멸의 연패 기록을 디트로이트가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탄핵된 인물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윤석열 정부
- 학교서 놀림받던 남자가 미국인들에게 추앙받게 된 비결
- 윤 대통령에게 빠르게 손절당한 '이 사람'이 벌인 일
- 1000만 관객 돌파 '서울의 봄', 정우성 이 대사는 사실입니다
- 검찰, 뉴스버스 대표 압수수색...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 '거꾸로' 대통령... 싱가포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 벌인다
- 한동훈의 기묘한 이중잣대...'공공선' 말할 자격 있나
- [단독] 대원국제중 교장 "교사채용, 내가 점수 수정 지시"
- [오마이포토2023] 동생 손 잡고 출근하는 장혜영 의원... 왜?
- 동생부부에 아들까지... 류희림 방심위원장 '청부민원'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