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고장 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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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학자들은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 체계를 두 종류로 나눈다.
직관 체계와 숙고 체계다.
직관 체계보다 느리고, 자기 통제를 담당해 자동적인 과정과 감성적인 충동을 억제한다.
숙고 체계를 사용하면 실수와 오류를 줄일 텐데 왜 직관 체계를 사용할까? 인간이 반사적이고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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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 오정환]
뇌신경학자들은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 체계를 두 종류로 나눈다. 직관 체계와 숙고 체계다. 직관 체계는 힘들이지 않고 자동으로 빠르게 작동한다. 무의식적이다. 충동적이고 감정에 따른다. 일상적 습관을 수행하고 행동에 지침을 준다. 숙고 체계는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서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이다. 의식적이다. 직관 체계보다 느리고, 자기 통제를 담당해 자동적인 과정과 감성적인 충동을 억제한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계획을 세울 때 작동한다.
직관 체계는 생존을 위해 매우 유용하다. 등산하다 뱀을 만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뱀을 앞에 놓고 토론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 도망가든지 뱀을 잡던지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다. 이런 재빠른 판단과 동작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
숙고 체계를 사용하면 실수와 오류를 줄일 텐데 왜 직관 체계를 사용할까? 인간이 반사적이고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과 학습으로 알 만큼 아는데 다시 고민하고, 조언을 구하고, 토론하는 숙고 체계를 사용하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그동안 경험으로 익힌 지식이 빠른 결정을 이끈다.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
현상해 보면 늘 바라는 것만이 나와 있어 나는 안심 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이는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을 찍어주는 고장난 사진기였음을
한동안 당황하고 주저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기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닌다
고장난 사진기여서 오히려 안심하면서
- '고장난 사진기>, 신경림
고장 난 사진기처럼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도 고장이 나 있다. 사람들은 대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고장난 사진기처럼 바라는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확증편향 오류다.
중국 전국시대에 진(秦)나라가 위(魏)나라와 이웃한 조(趙)나라를 침공했다. 위나라 대부들은 조나라가 승리하면 조나라에 복종하면 되고, 조나라가 지면 그 틈을 타서 공격할 수 있다면서 걱정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바라는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오류다.
그러자 위나라 재상 공빈이 "그렇지 않다. 진나라는 효공 이래로 아직 싸워서 굴복한 적이 없고 지금 모두 훌륭한 장수들인데 어떻게 피폐해진 틈을 탄다는 말인가?"하고 반박했다. 이에 대부들은 "설령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무슨 손해가 있는가? 이웃 나라의 수치는 우리나라의 복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공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나라는 탐욕스럽고 난폭한 나라다. 조나라를 이기면 반드시 공격할 다른 나라를 찾을 것인데, 그때 우리가 진나라의 공격을 받게 될까 두려울 뿐이다. 옛사람들 말 중에 '제비와 참새가 사람의 집에 둥지를 틀고 살 때, 새끼와 어미가 서로 먹이를 먹여주고 즐겁게 지내며 스스로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그 집 굴뚝에서 불길이 치솟아 마룻대와 추녀를 태우려고 하는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재앙이 자신에게 미치는 줄도 모른다.'하는 말이 있다. 지금 그대들은 조나라가 패한 뒤에 환란이 자신에게 닥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사람이 제비나 참새와 같아야 하겠는가!"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제비와 참새가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안락하게 지내면서 경계심을 잃어, 집에 불이 나는데도 위험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무사안일에 빠져서 위험이 닥쳐와도 깨닫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위나라 대부들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오류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떠신지, 고장 난 사진기를 들고 다니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고장난 사진기여서 오히려 안심하면서'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자. 다른 사람 조언에 귀를 막고 자기 고집대로 일을 처리하다가 낭패 본 적은 없는지, 눈에 보이는 현상만 보고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외면해 크게 실수한 적은 없는지, 뒤돌아보자. 사진기를 고쳐 쓸 생각은 있는지.
▲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
ⓒ 화성시민신문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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