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잭팟' K-방산 돌발 변수…"계약 파기해야" 폴란드 무슨일
취임 직후 대대적인 국정 개편에 나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와 이를 막으려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간 기싸움이 이어지며 국내 방산업계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폴란드의 정치적 내홍이 지난해 173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잭팟’이라 평가됐던 K-방산의 무기 수출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새 정부가 꾸린 내년도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로운 예산안을 제안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스크 총리가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예산안을 내놓자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며 힘싸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1차 계약에 이어 올해 2차 계약까지 본궤도에 오른 방산 수출에 돌발변수가 생긴 셈이다.
국방 지출 줄이고 '자국 무기'에 투자
그런데 투스크 정부는 국방력 강화를 우선한 전임 정부와 달리 국방 지출을 줄이려 하고 있고, 방법도 무기 수입보다 자국 무기 산업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한국 방산업체의 폴란드 수출 계약 체결액은 약 130억 달러(약 16조 8000억원) 규모다. 지난해에 비해 약 40억 달러가량 줄어들었지만, 올해 K-방산 전체 수출액의 30%에 달하는 액수다.
추가 방산계약의 불확실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 연합의 시몬 호워브니아 폴란드 하원의장이 지난 11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이 치러진 10월 15일 이후에 서명한 모든 계약은 파기해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부터다. 이를 두고 총선에서 이미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잃은 뒤 이뤄진 계약은 사실상 국가 간 약속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란 해석이 나왔다.
"부패 아니라면 무기 계약 존중한다"지만…
논란이 커지자 투스크 신임 총리는 지난 12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부패가 연루된 경우를 제외하곤 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계약을 존중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기존의 국가 간 합의 사안은 지속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외교 채널을 통해 폴란드와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폴란드의 정권 교체로) 한국의 방산 수출에 큰 영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산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로템의 경우 폴란드 측이 K-2 전차의 기술이전을 통한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방산 경쟁국인 독일의 경우 폴란드의 정권 교체를 틈타 레오파르트 전차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 요구에 부응차 계약 범위 재검토 가능"
이를 두고 방산업계 관계자는 “1차 계약을 맺을 당시 2차 계약 등 향후의 추가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권 교체를 이유로 계약 자체가 파기되거나 다른 업체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폴란드의 정치적 변화에 따라 내년 무기 수출 계약 건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까지 감안해 안전망을 구축하면서 폴란드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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