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속 '왕의 숲' 걷기, 왕들이 기도한 이유를 알겠다

이완우 2023. 12. 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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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 왕의 숲 생태관광지 휴양림과 성수산 여행

[이완우 기자]

 왕의 숲 휴양림 카라반 야영장
ⓒ 이완우
 
전북 임실의 성수산(876m) 휴양림의 왕의 숲 국민여가 캠핑장은 수려한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힐링하고, 호연지기를 품은 왕건과 이성계의 기도터 설화가 전해오는 성수산을 등산할 수 있는 생태 관광지이다. 12월 하순 성수산의 눈 쌓인 숲길에 아침 햇살과 어울리는 계곡물 소리가 청량하게 어울렸다.
카라반 캠핑장이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산뜻했다. 6대의 카라반 앞 마당에는 아이가 탄 썰매를 젊은 부부가 끌어주고 있었다. 오토캠핑장은 설국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눈 덮인 편백 숲이 승용차와 텐트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왕의 숲 휴양림 캐빈하우스
ⓒ 이완우
 
검은색 테를 두른 붉은 색 캐빈 하우스가 편백 숲속 푸른 요정의 보금자리 같다. 숲속의 한밤중 정적은 얼마나 깊고, 바람결에 실려오는 편백 향기는 얼마나 진할까? 계곡물 소리는 평온한 어둠을 더 조용하고 깊게 할 것이다.
이곳 성수산 계곡은, '나무 할아버지'로 알려진 김한태(1922~2012)가 1960년대부터 편백과 낙엽송 등 숲을 조성하고 나무 사랑을 실천하며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설치하여, 1991년부터 청소년 및 가족 단위 자연휴양림으로 운영하였다. 
 
 왕의 숲 휴양림 오토 캠핑장
ⓒ 이완우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1960년대)에 실려 있던 동시처럼 시골의 여느 나무 할아버지가 땔감을 구하여 지게에 지고 산에서 내려오던 시기에, 성수산의 '나무 할아버지'는 조림할 나무 묘목을 지게에 지고 힘들게 산으로 올라갔었다.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무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아지랑이 속으로 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성수산 자연휴양림의 '나무 할아버지' 이야기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1991년)에 실렸었다. 지게 위의 진달래꽃 한 가지와 노랑나비는 한 폭의 그림으로 추억하고 싶은 이곳 휴양림의 정체성이다.
성수산 올라가는 주요 코스 셋
 
 왕의 숲 휴양림 계곡 편백 숲
ⓒ 이완우
 
성수산 휴양림에서 성수산을 등산하는 주요 코스는 셋이다. 첫째는 계곡물 따라 성수임도를 올라가는 1.9km의 상이암 길이다. 둘째는 편백길, 꼬부랑재, 전망대임도, 임도삼거리와 성수임도로 되돌아오는 5.3km의 꼬부랑재 길이 있다. 셋째는 대판이능선, 성수산임도를 거쳐 성수임도로 돌아오는 7.4km의 대판이능선 길이 있다
성수산 왕의 숲길에서 천백 년 전 왕건과 육백 년 전 이성계 장군이 성수산의 기도터를 찾아갔던 역사적 장면을 상상해 본다. 그들이 시대를 이끌어가며 큰 포부를 실천한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해맞이 숲길을 찾아 올라갔다.
 
 성수산 휴양림 나무 할아버지 기념비
ⓒ 이완우
 
꼬부랑재 길로 성수산 등산을 출발하였다. 휴양림의 휴양관 별관 뒤쪽에는 제법 넓게 울창한 편백 숲이 펼쳐졌다. 작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편백 숲에서는 숨 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티끌이 없어지는 듯하다. 이 편백 숲에 1960년대부터 성수산에 나무 사랑으로 숲을 조성하며 성수산 휴양림을 개척한 '나무 할아버지' 김한태 기념비가 서 있다. 
 
 성수산 임도 아침맞이
ⓒ 이완우
 
휴양림 뒤편의 편백 숲에서 꼬부랑재로 이어지는 1.2km의 산길은 굴참나무, 졸참나무가 소나무와 혼효림을 이루고 있다. 꼬부랑재에서 2.1km의 전망대임도 구간은 남쪽으로 대판이 능선이 늠름하게 펼쳐졌다. 대판이 계곡에는 때죽나무가 많고, 성수산 계곡에는 쪽동백이 많다. 두 이웃한 계곡에 봄이면 때죽나무와 쪽동백의 하얀 꽃 향연이 펼쳐진다.
전망대임도 구간에서 성수산의 여러 능선이 조성하는 구룡쟁주(九龍爭珠) 명당 형국을 볼 수 있다. 성수산의 아홉 능선이 부챗살처럼 상이암의 여의주 바위 한곳으로 모이는 형세는 장엄하다. 도선 국사가 왕건에게, 무학 대사가 이성계 장군에게 하늘에 기도하길 추천했다는 길지(吉地)의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성수산 구룡쟁주 형국 능선
ⓒ 이완우
 
임도삼거리 가까이에 성수산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오고, 한참 걸어 내려오면 상이암 어귀에 이른다. 계곡물을 따라 1.5km의 성수임도를 내려온다. 성문동 계곡의 석문(石門) 풍경이 수려하고, 계곡 물소리 들으며 이끼 낀 바위들 틈에 산목련 나무 군락지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성수산 왕의 숲 국민 여가 캠핑장은 수려한 자연경관의 휴양림에 성수산의 역사와 설화가 어우러진 의미 깊은 관광지로서 겨울철에도 개장하며 연중무휴이다. 성수산 휴양림에서 '나무 할아버지'의 나무 사랑을 체험하고, 성수산을 등산하며 구룡쟁주 형국에서 호연지기를 배양할 수 있는 성수산 왕의 숲은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여행지이다.
 
 성수산 왕의 숲 등산 개요도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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