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직관적으로…고전의 무게감 덜어낸, 뮤지컬 ‘맥베스’ [D:헬로스테이지]

12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왕관은 왜 이리 무겁고 난리야. 까딱 잘못하면 목 부러지겠다. 근데 왜 벗으면 또 허전해.”

스코틀랜드의 왕족이자 전쟁 영웅인 장군 맥베스는 부인 맥버니와 함께 덩컨왕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근엄한 목소리로 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맥베스 부부는, 왕관을 쓴 이후 고개를 끙끙거리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세종문화회관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멕베스’는 왕이 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살인을 거듭하며 몰락하는 이야기를 담은 고전을 원작으로 한다. 그간 주로 오페라나 연극으로 제작되었던 이 작품이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 건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맥베스’를 만들기 위해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호평을 받은 김은성 작가,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은아씨들’ 등 문학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 온 박천휘 작곡가, ‘실비야, 살다’로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에 올랐던 조윤지 연출이 힘을 모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재창작한 만큼, 이번 작품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직관적으로 원작을 풀어내면서 대중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원작의 시적 언어들이 주는 감흥을 덜어내는 대신, 반복과 직접적인 비유를 활용하고 심각한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해 일부 코미디 대목이 삽입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무게감을 덜고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다”던 조윤지 연출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세 마녀의 예언은 이번 뮤지컬에선 서로 다른 세 인물 강압적이었던 아버지 스콧,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앤디, 청년 시절의 맥베스로 등장한다. 이들은 맥베스가 욕망을 키우는 동력이 되는 존재들로, 운명의 결정적 순간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비현실적인 요소를 없앤 자리에 인간의 내제된 욕망이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는 비극적 드라마적 연출이 자리한 셈이다.

원작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레이디 맥베스의 역할 변화도 집중할 만하다. 뮤지컬에서 맥버니라는 이름으로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남편 맥베스와 함께 왕의 암살을 도모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왕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로 뛰어난 검술까지 겸비했다. 이 같은 설정은 두 부부의 권력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망과 집착, 전우애와 같은 끈끈한 관계에 설득력을 더한다.

맥베스 역은 한일경·성태준, 맥버니 역은 유미·이아름솔이 나눠 연기한다.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