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한동훈의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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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시화된 12월 16일 이후 구글 트렌드에서 한동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추월했다.
대통령 적합도에서 한동훈이 이재명을 근소하게 앞서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한동훈의 언변은 민주당 측 공격에 대한 반론에서 빛을 발했다.
명품백 관련 기자 질문에 한동훈은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라며 특검법의 독소조항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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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시화된 12월 16일 이후 구글 트렌드에서 한동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추월했다. 격차는 5.8배까지 벌어졌다. 대통령 적합도에서 한동훈이 이재명을 근소하게 앞서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대중은 일단 정치인 한동훈에 관심을 두고 약간의 신선함을 느끼는 듯하다. 이유는 한동훈의 언변에 있다고 본다. 미국 측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는 언변이 좋고 어휘력이 풍부한 정치인에게 호감을 준다. 대선주자가 TV에서 유창하게 지성적으로 말하자 유권자는 자기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그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한동훈의 언변은 민주당 측 공격에 대한 반론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논리적이고 은유적으로, 그리고 조금 직관적으로 대응했다. 이런 말에 보수층은 청량감을 느꼈다. "국민께서 궁금해하시는 것은 민주당이 말씀하시는 깡패 잡아 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의 배후일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분들에게 거짓말하고 선동해도 절대 비판도 안 받을 특권을 줬는지 의문이네요." "수사받는 당사자가 쇼핑하듯이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적어도 민주법치국가 중에는 없습니다." "(모 민주당 측 인사가 자칭한) 어용 지식인이라는 말은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라든지 친일파 독립투사라는 말처럼 그 자체로 대단히 기만적입니다." "이 나라의 진짜 기득권 카르텔은 운동권 카르텔이라고 많은 국민이 생각하실 겁니다."
한동훈은 국내 공직자·정치인 중 도어스태핑(출근길 문답)을 가장 많이 했지만, 큰 사고가 없었다. 의원·기자 질문에 즉각 대답하는 것은 원고를 보면서 말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내공 없이는 계속하기 어렵다. 한국 민주주의가 미국 민주주의에 뒤진 점은 즉석 문답을 일상화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의 어휘와 소통력 결핍에 있다. 한동훈의 이러한 소통 실험은 우리 정치에 의미 있는 일이다.
비대위원장으로 자립해야 할 때 한동훈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듯한 말’을 쓰려 했다. 정치 경험 부족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말을 해온 거고 상식에는 저작권이 없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인들을 ‘여의도 사투리’로, 자신을 ‘오천만 국민의 언어’로 양분했다.
그는 "동료 시민"이라는 말도 했다. 우리 정치권에선 잘 쓰지 않지만, 미국 대선후보들은 "저의 동료 미국인 여러분(My fellow Americans)"이라는 관용어구를 즐겨 말한다. 한동훈은 출장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허리춤에 꼈고 예비 고교생에게 손편지를 적은 ‘모비딕’을 보냈다. 한동훈은 네 권을 동시에 보는 독서광이라고 한다. 서양 고전 중심의 많은 독서량이 한동훈의 언변을 형성해온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 등은 한동훈 언변과 판단력의 시험대다. 비대위원장의 성패는 보름~두 달 안에 결정된다. 한동훈 실험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명품백 관련 기자 질문에 한동훈은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라며 특검법의 독소조항을 주장했다. 몇몇 언론은 이 답변을 비판한다. 그러나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라는 질문 표현의 민주당 편향성은 외면한다. 한동훈이 이런 충고를 수용하면 한동훈다움은 사라질 것이다. 다만 정치 언어에 관한 서양 고전에 따르면 한동훈은 ‘도대체’ ‘대단히’ 같은 부사를 절제하고 ‘로-키의 화법’ ‘함축의 화법’을 자주 쓸 필요는 있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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