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첫 신년 메시지'…삼성 위기극복 전략에 쏠리는 눈

조인영 2023. 12. 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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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글로벌 복합 위기 상존…미래·기술·인재 등 '새해 메시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3월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

새해 취임 3년차를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말을 앞두고 '신년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취임 후 첫 새해였던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던 이 회장은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2024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새 경영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악의 부진을 겪은 반도체는 실적을 만회할 뿐 아니라, 경쟁사를 압도할 기술 로드맵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돌파구 마련은 가전·모바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속되는 불확실성 속 이 회장이 새해를 앞두고 미래 기술, 인재 육성, 신사업 공략 등 '뉴삼성' 가속화 의지를 밝힐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올 한 해 숨 가쁘게 글로벌 강행군을 펼친 이 회장이 복합 위기를 돌파할 신경영 화두를 제시할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장은 12월 30일 9박 10일 간의 동남아시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새해 계획을 대신했었다.

약속대로 그는 지난 365일을 3650일처럼 활용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정상들과 잇달아 만남을 갖고, 여러 삼성 계열사 사업장 및 협력사들을 찾아 격려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재 확보에도 나서는 등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이 다양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며 여러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던 지난 1년은 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에 필적할 '뉴삼성'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그의 행보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글로벌 네트워킹 ▲초격차 기술 투자 ▲인재 육성 ▲삼성 생태계 강화 ▲문화 발전 기여 등으로 요약된다.

실제 이 회장은 미국·유럽·아시아·중동 등 주요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했다.

그 결과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에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 물꼬가 트였고, 가장 최근 방문한 네덜란드에서는 '슈퍼 을'로 꼽히는 EUV(극자외선) 장비 제조사ASML과 삼성전자가 한국에 R&D센터를 신설키로 하는 등 값진 성과가 이어졌다.

글로벌 각국과의 협력이 활발해지려면 그만큼 남다른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차별화된 기술로 차세대, 차차세대를 주도할 로드맵 없이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삼성은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 기술을 통해 초미세 공정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줄곧 공개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GAA 기반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2nm에서는 모바일향 중심으로 2025년 2nm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같은 계획이 적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매해 조 단위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평택과 테일러 등에 반도체 클린룸을 건설중으로, 올해 DS(반도체) 부문에서만 47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삼성은 2027년 기준 클린룸 규모가 2021년 보다 7.3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3조에 달하는 반도체 적자(3분기 누계)를 내고도 48조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으려면 미래를 보는 눈과 과감한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로드맵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소재·부품·장비, 인력, 관련 인프라도 제 때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인재 확보가 글로벌 단위로 확전된 상황에서는 역량있는 인재 발굴·육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삼성은 DS 부문장이 직접 나서 유수의 대학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외국인 경력 채용 등에도 취업 문을 여는 등 인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행보와 조직 혁신에 역량을 발휘해온 이 회장이 초유의 '반도체 한파'를 극복하는 동시에 반도체·디스플레이·모바일 등 주요 사업 영역에서 '초격차 기술 지위'를 이어갈 새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적어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자금시장 경색 등 불확실성을 타개할 키워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경기 둔화 기조는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글로벌 전망기관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는 회복 시기가 기관마다 엇갈린다. AI(인공지능) '훈풍'에 꿈틀거리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흑자전환을 낙관하는 시각이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소비심리 위축, 고환율, 고물가 등 저성장 기조에 스마트폰·TV·생활가전 등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을 공격적으로 수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에 모인 경영진들은 내년도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며 소비 여력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그럼에도 경쟁사를 압도할 혁신 기술·차세대 제품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새해는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시장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녹록치 않은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재용 회장은 차세대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확보, 신성장동력 마련 등을 강력하게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는 10월 찾아간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에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지난 2월에는 천안/온양 캠퍼스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미래·기술 중시 경영은 연말 사장단·임원 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글로벌 대외협력 조직을 사장급으로 격상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가전과 반도체는 관록의 수장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에게 맡기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기술 ▲인재 ▲미래로 요약되는 키워드를 통해 이 회장이 삼성의 새 로드맵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형식 측면에서 신년사 보다는 사내용 메시지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신년사 보다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도전 위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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