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바이든 vs 독설 트럼프…상반된 크리스마스 메시지

강태화 2023. 12. 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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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차 맞대결이 유력해진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상반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별도의 성명을 내지 않은 채 휴가지에서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민생 분야를 부각하며 막말에 가까운 공세를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BBC

소셜미디어에 한줄…“메리 크리스마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인 25일(현지시간) 공식 일정은 오후 백악관 기자단에게 전달된 장병들과의 통화가 전부였다. 통화 사실 외에 발언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크리스마스 관련 발언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메리 크리스마스 아메리카(Merry Christmas, America)”가 사실상 전부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조용한 크리스마스는 취임 후 과거 두차례 모두 별도 성명을 발표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맞아 군 장병들과 통화를 나눴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백악관은 다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사실 외에 발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 X 캡쳐

그는 취임 후 첫 크리스마스였던 2021년엔 크리스마스 당일 공식 성명을 내고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일이라는 약속을 위해 기도한다”며 “미국인이 선한 국민이기 때문에 미국은 위대한 국가”라는 메시지를 냈다.

지난해엔 12월 22일 크리스마스 성명을 통해 “정치가 너무 분노하고 비열하고 당파적으로 변했다”며 “민주당 또는 공화당원이 아닌 동료 미국인으로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견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예수(Jesus)’ 대신 ‘기독교인들이 신의 아들이라고 믿는 아이(Christians believe to be the son of God)’라고 칭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중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가톨릭 신자다.


‘나홀로집에’ 카메오 영상…바이든엔 ‘막말’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에 바이든을 겨냥에 독설에 가까운 글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아이오와주에서 진행된 캠페인에서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 소셜에 “비뚤어진 조 바이든의 유일한 희망인 통제 불능의 미친(Deranged) 잭 스미스(특검) 정신병자(Lunatic)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은 뒤 “국경 개방, 인플레이션, 친환경 사기, 높은 세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 전기자동차 광풍 등으로 위대한 미국을 파괴하려는 내부의 범죄자(Thugs)보다 악하고 병든 지도자는 없지만, 전세계의 모든 선하고 악한 지도자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부의 범죄자’로 지칭한 대상은 바이든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그가 나열한 고물가 등 민생 관련 사안과 전쟁의 장기화 등은 현재 바이든 정부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지점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밖에 과거 대표적 크리스마스 영화로 꼽히는 ‘나홀로집에2’에 출연했던 영상을 올려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한편, 재임 때인 2018년 군 장병들을 직접 위문하는 영상 등을 게재하며 보수 진영의 애국심을 자극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과거 '나홀로집에2'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트루스 캡쳐


미국 정치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내지 않으며 침묵한 것은 국경문제, 전쟁, 흑인 참정권 공약 등으로 비판받는 상황과 혹시 모를 말실수 가능성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현직이 아닌 도전자의 위치가 된 트럼프의 경우 앞으로도 관심을 끌기 위한 막말에 가까운 언행의 수위를 계속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소박한 질 바이든…장식은 멜라니아보다 화려

상반된 전·현직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행보와 달리 함께 질 바이든 여사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올해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의 주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는 최근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하며 “올해의 장식 주제는 마법, 경이로움, 기쁨”이라며 “어린아이와 같은 경이로움과 경외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올해 백악관 치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98개, 화한 72개가 투입됐고, 2.8마일(약 4.5㎞) 길이의 리본 장식도 선보였다.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됐고, 3만 4000여개의 장식품과 14만 2500개의 조명이 사용됐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멜라니아 여사는 재임 기간 마지막이던 2020년 크리스마스 장식의 주제를 ‘아름다운 미국’으로 명명했다. 백악관 블루룸엔 5.49m 크기의 크리스마스가 놓였고, 공식 만찬장엔 181㎏에 달하는 도넛, 껌, 초콜릿 등이 배치됐다. 동원된 자원봉사자는 125명정도로, 백악관 132개 방엔 트리 62개, 화한 106개 등이 배치됐다. 앞서 2018년 멜라니아 여사가 주도해 배치했던 붉은색 크리스마스 트리는 ‘기괴하다’는 반응 등을 보이며 다양한 패러디물로 재생산되기도 했다.

2017년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주도한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을 소개하는 사진에 직접 등장한 모습. 멜라니아 여사 뒤로는 발레를 공연하는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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