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총선이라는 '치트키'를 경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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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요동치면서 '총선 전까지 주식시장은 괜찮을 것'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현대고 동창인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와이더플래닛 주식을 사려는 개인이 몰린 결과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정부가 나서서 총선 전까지 연쇄 부도와 같은 최악의 국면은 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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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부실 우려…돌다리도 두들겨
내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요동치면서 '총선 전까지 주식시장은 괜찮을 것'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침체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할 때다.
와이더플래닛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658% 올랐다. 지난달 말 3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지난 21일 장중 한때 2만9850원까지 올랐다.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주가는 2만1000원 선으로 밀려났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배경에는 배우 이정재의 투자 소식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8일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위지윅스튜디오와 박관우·박인규 위지윅스튜디오 공동대표 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이후로 와이더플래닛은 7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지속했다. 한국거래소가 과열 방지를 위해 두차례나 거래를 정지했지만 급등 흐름을 이어갔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현대고 동창인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와이더플래닛 주식을 사려는 개인이 몰린 결과다.
과거 총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 관련주 주가가 움직였으나 상대적으로 대통령 선거 때보다 테마 강도가 약했다. 올해 유독 테마주가 강하게 움직인 경향이 있다. 정치 테마주가 아니더라도 총선은 개인 투자자의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막연하게 '증시가 급락하더라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6일 전격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 7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했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고 개인들은 정부 조치를 환영했다.
정부는 또다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대체로 개인 투자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시장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던 양도세 회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정부가 나서서 총선 전까지 연쇄 부도와 같은 최악의 국면은 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증시 격언 가운데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곤 했다. 낙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주식 시장의 조정 가능성은 커지고 주가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으면 시장은 반등한다. 금융권은 PF 부실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막연한 낙관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경제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더딜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서 발표하는 내년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97.2로 올해 4분기 90.2 대비 개선된 수치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 것이라는 점에서 수출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망치 조정이 반영되지 않는 기업 실적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가 조언도 잇따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낙관론이 팽배할수록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현상이 강해진다. 제대로 된 투자 판단을 하지 않고 정부가 증시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총선까진 괜찮을 것이라는 신기루에 현혹되지 않도록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
박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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