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수치스럽다" 네빌이 맨유 인수 '크리스마스 이브 발표'에 분노한 또 다른 이유

김희준 기자 2023. 12. 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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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래트클리프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게리 네빌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인수 발표에 분노한 이유 중에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영국의 전통적 인식도 깔려있다.


맨유가 마침내 구단 인수 사가를 마무리지었다. 25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구단 지분을 최대 25%까지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글레이저 가문만 소유한, 실질적인 총회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B 주식을 25% 매수하고, 모든 주주가 보유한 클래스A 주식은 최대 25% 취득하는 조건이다. 이번 인수에는 총 13억 달러(약 1조 6,890억 원)가 소요됐다.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 매각을 선언한 지 13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를 판매한다고 발표했고, 래트클리프 회장과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이슬람 회장이 인수 경쟁에 참여했다. 초반에는 맨유 지분 전부를 구매하려던 셰이크 자심 회장이 앞서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래트클리프 회장이 맨유의 새 주인이 됐다.


래트클리프 회장은 인수 공식 성명에서 "맨체스터 출신이자 구단의 평생 후원자로서 구단의 축구 운영 관리 책임을 위임한 맨유 이사회와 계약에 합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구단 운영권이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공표한 것.


게리 네빌(왼쪽).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럼에도 네빌은 맨유 인수 발표 시기에 비판적인 논조를 내놓았다. 인수 성명이 발표되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3년 맨유는 끝까지 수치스러웠다. 발표 시기는 정말 끔찍했다. 어떤 운영 기관도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인수 사가가 지나치게 길어진 것이 하나의 요인이다. 글레이저 가문은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줄다리기 협상으로 합의 시기를 늦춰왔다. 맨유는 지난여름부터 팀을 정상화시킬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타이밍을 놓쳤고 올 시즌 리그 8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이번 겨울 이적시장까지는 래트클리프 회장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새 구단주가 리그와 팀에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6주에서 8주간 심사를 거친다. 즉 최종 승인이 떨어지는 건 1월 이적시장 이후의 일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소식통을 인용해 "래트클리프 회장은 1월 이적시장 의사결정에 관여할 일이 없다"고 전했다.


네빌이 맨유 인수 발표 시기에 분노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맨유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공식 성명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이는 영국에서 크리스마스가 갖는 의미가 남다른 데서 기인한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낸다. 특히 영국 국민 작가 중 한 명인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발표한 이후에는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지위를 획득했다.


EPL이 박싱데이인 12월 26일에 경기를 치르게 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박싱데이까지 모두 경기를 치렀으나, 1950년대 이후 크리스마스가 대중교통 노동자 등 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휴일이 되면서 크리스마스 경기는 1965년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즉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쉬는 날이라는 의미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크리스마스에는 언론 매체도 필수적인 걸 제외하고는 전부 휴식을 취한다는 뜻이 된다. 1년 365일 내내 돌아갈 것 같은 영국 스포츠 매체들이 쉬는 날도 바로 크리스마스다.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맨유 인수가 발표됐다는 뜻은 맨유 인수에 대한 본격적인 기사가 크리스마스를 넘기고 26일부터 생산된다는 의미다. 물론 인터넷의 발달로 일부 매체에서는 맨유 인수에 대한 심층 기사를 발빠르게 보도했지만, 맨유라는 클럽이 영국에서 가지는 위상을 생각하면 파장이 크지 않은 편이다.


네빌이 맨유 인수 발표 시기를 비판한 건 최근 크리스마스 이브에 울버햄턴원더러스와 첼시 경기를 배정한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와 다르지 않다. 크리스마스에 응당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영국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비판이며, 실제로 맨유는 이를 통해 하루 정도 여론을 정리할 시간을 번 것으로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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