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의성 “정치적 해석? 좌우? 그런 논란 일어난 게 놀라워” [D:인터뷰]
"정우성 씨는 인생 캐릭터 맡았다고 생각. '정우성 천만 연대기' 같이 쓰는 느낌"
악역을 맡으면 어느 수준까지 관객(시청자)의 속을 뒤집어 놓을지 기대한다. 선한 역을 맡으면 의심한다. 어느 순간에 혹 ‘배신’을 하지 않을까 말이다. 아침 드라마에 몰입한 부모님에게 “드라마일 뿐. 너무 몰입했다”라고 말하던 20~30대가 SNS 찾아가 “때리고 싶다”고 글을 남긴다. 스스로도 “오래 살 것 같다”라고 말한다. 현재 영화계와 드라마계에서 배우 김의성이 갖고 있는 위치다.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김의성은 책임감 없는 국방부 장관 오국상 역을 연기해 관객들을 또(?) 분노케 했다.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이 군사 반란을 일으키자, 자신의 공관에서 잠옷만 입고 가족과 함께 도망 다니다가 뒤늦게 육군본부에 등장한 인물이다. 사실상 군사 반란을 도운 캐릭터로 실제 인물은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다.
영화 ‘부산행’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등에서 악역을 맡으면서 ‘국민 밉상’이란 애칭도 얻은 김의성이기에 이번 역할이 꺼려질 법도 했는데, 출연 결심과 관련해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김의성이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조금만 잘하면 돋보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죠. 군복 입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잠옷 입고 도망 다니는 사람은 재밌겠다고. 또 영화가 쉴 틈 없이 몰아치는데, 이 인물이 등장할 때는 약간 쉬어갈 수 있었죠. 그래서 ‘이 역할이 나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반응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죠. 제가 맡았던 캐릭터에 대해 ‘뒤통수 치고 싶다’ ‘킹 받는다’라는 반응이 많았죠. 그런데 또 ‘어떤 면에서는 귀엽다’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실제 김의성이 등장하면 얄미우면서도 실소까지 나왔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 했던 행동 자체는 관객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지만, ‘김의성’이기에 ‘밉지만 귀여운’ 반응이 나온 것이다. 김의성이란 배우를 향한 믿음인 셈이다. 그리고 김의성 말대로 영화는 군복 입은 남자들만 잔뜩 등장해 빠르게 진행됐으니, 그의 존재가 ‘쉼’을 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촬영장은 예비군 훈련장 같았어요. 다들 진짜 군인이 된 것처럼 계급을 따지고 있더라고요. 벙커가 진압군, 반란군 양쪽에 있었는데, 저는 유일하게 양쪽의 벙커를 다 오간 사람이죠. 너무 재밌는 것이 배우들끼리 과몰입해서 진압군과 반란군이 서로 잘 어울리지 않고, 경쟁심도 있었어요. 진압군 벙커에 갔는데, ‘반란군들이 자기끼리 회식한다 서럽다’며 국방부 장관이 왜 이제 오셨냐고 해서 제가 ‘그럼 우리 회식은 내가 쏜다’ 그랬죠. 그리고 회식 자리에 반란군 오면 왜 왔냐고 야단치고, 그렇게 즐겁게 촬영했죠.”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달성하기까지 여러 상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0~30대 관객층의 호응이었다. 1979년에 일어난 군사 반란이라는 사건 자체가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재밌는’ 소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30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분노 게이지’를 표출했고, 그 시대 역사를 공부해 인터넷에 공유해 다른 이의 관람을 유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심박수 챌린지’ 역시 그들이 영화를 즐기는 한 방법이었다.
“사실 이 사건은 굉장히 오래된 거예요. 한국전쟁 후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기간이 26년 정도인데, 그 사건 후 2023년은 44년 정도 지났잖아요. 그런데도 그 관객들이 찾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영화를 잘 만들었고, 그 세대들이 공감하고, 또 모르는 역사를 찾아보고요. 전적으로 영화가 주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VIP 시사 때 처음 영화를 봤는데, 같이 갔던 일행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요. 사실 분노해서 우는 것은 참 드문 일인데, 다 화나서 그렇게 울고 있더라고요. 이게 뭔가 싶었어요.”
‘서울의 봄’이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자 은근슬쩍 발을 걸친 곳은 정치권이었다. 시기가 뜻하지 않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영화의 내용을 가지고 서로 자신들이 유리하도록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그렇게 논란이 된 것에 조금 놀랐어요. 반헌법적 군사 반란이 실제 있었고, 주동자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던 일이잖아요. 그냥 국가냐 반역이냐, 이런 것이고 반헌법적 군사 반란 이야기를 다룬 건데, 여기에 가치 판단이 들어가고, 옳고 그르냐가 들어가 여지가 있나 싶었어요.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을 아니까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고 좌우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자체가 놀라웠죠. 그럴 이유가 있나 싶었죠.”
한국 영화계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무대 인사도 뜸해진 상황에 ‘서울의 봄’ 무대 인사는 화제가 됐다. 200회 넘는 무대 인사를 한 것도 놀랍지만, 그때마다 독특한 ‘짤’과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 후 첫 천만 영화를 맛 본 정우성을 둘러싼 배우들의 지지는 컸다.
“정우성 씨는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맡았다고 생각해요. 평생 너무 멋진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지만, 이번이 가장 잘 어울려요. (그래서인지) 정우성 씨가 정말 적극적으로 무대 인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우성 씨는 힘들어서 얼굴이 녹아내리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배우들도 같이 열심히 하게 돼요. 한국 영화 역사이자 기둥인 배우인데,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그 여정을 다들 옆에서 같이 기뻐해 주는 그런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정우성 천만 연대기’를 같이 쓰고 있는 느낌이죠.”
실상 ‘서울의 봄’의 천만 관객 달성을 영화계에서 여타 기록들보다 더 관심 있게 지켜보며,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 했던 이유는 온전히 영화가 갖는 힘으로만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어려운 영화계와 극장가가 이 영화를 ‘터닝 포인트’ 삼아 ‘노량:죽음의 바다’ ‘외계+인’ 파트2 등으로 이어지게 해 다시 한국 영화 부흥의 기점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그러나 김의성은 이를 조금 냉정하게 바라봤다.
“정말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갈 길은 좀 멀다고 봅니다. 이런 불황의 터널은 단번에 빠져나오기 어려워요. 준비된 게 너무 없으니까요. 사실 ‘서울의 봄’도 어떤 흐름을 타고 잘 됐다기보다는 영화 혼자 그냥 툭 튀어나온 거잖아요. 진짜 이런 흐름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무래도 조금 힘든 시기를 더 겪어야 할 것 같아요.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앞으로 계속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관객들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마음을 풀어주실지. 그런 문제들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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