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효과 너무 좋은데 1.5억'…韓만 못 맞던 엔허투, 급여 적용 열린다

이춘희 2023. 12. 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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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효과가 탁월해 환자가 오래 살지만, 그로 인해 약값 총액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돼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곤란을 겪은 항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급여 적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를 오래 살릴수록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운 아이러니가 드디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외에서 혁신적인 신약들이 연이어 허가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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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상위 10개국 중 한국만 비급여
mPFS 28.8개월…'오래 살려 경제성↓'
바이오헬스혁신위 "혁신성 인정할 것"

항암 효과가 탁월해 환자가 오래 살지만, 그로 인해 약값 총액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돼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곤란을 겪은 항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급여 적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걸림돌이었던 경제성평가에 대해 정부가 '혁신 신약'에 대한 예외를 인정키로 하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사진제공=한국다이이찌산쿄]

엔허투는 전이성 유방암 표적 치료제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국(2019년 기준) 중 엔허투에 대해 급여를 적용하고 있지 않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영국, 유럽,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이 모두 급여를 지원하고 있고, OECD 전체로 넓혀도 60% 이상 국가에서 급여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 급여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항암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 및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모두 통과해야 급여가 적용된다. 국내 허가는 지난해 9월 이뤄져 지난 5월 암질심까지 통과했지만 다음 단계인 약평위 상정은 미지수인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다이이찌산쿄(DS)가 개발한 엔허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열풍을 선도하는 약이다. ADC는 암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와 암을 죽이는 세포 독성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한 약이다. 암을 정밀타격하는 '크루즈 미사일'으로 불리며 차세대 항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엔허투는 유방암 분야에서 처음으로 승인된 ADC로, 치료 시 질병 진행이 멈춘 상태로 환자가 사는 '무진행 생존 기간'의 중앙값(mPFS)이 28.8개월이라는 혁신적 수치를 내놨다. 기존 치료법의 mPFS가 10개월을 넘지 못한 데 비해 전례 없는 생존 개선 효과를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성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제도 때문이다. 신약은 경제성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건보 진입이 가능하다. ICER는 신약이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환자를 1년 동안 더 건강히 살게 하기 위해(질보정수명) 비용이 얼마나 더 투입돼야 하는지에 대한 경제성평가의 핵심 지표다. 현재 항암제는 ICER가 5000만원 이하여야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1년 투약 비용이 1억5000만원 선에 달하는 엔허투는 환자를 오래 살리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ICER 값이 지나치게 높아져 경제성평가에서 발목이 잡혔다. 유방암 환자들이 엔허투의 빠른 급여 확대를 위한 국민청원을 국회에 올려 5만명 동의를 달성하는 등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나 '킬러 규제' 개선 등을 내걸고 지난 22일 국무총리 직속으로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신약의 혁신 가치 적정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걸림돌은 해소될 전망이다. 혁신위는 생존 기간을 늘리는 등 '혁신성'이 인정되는 약에 대해서는 예외적 초과를 인정키로 했다. 영국 등 해외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ICER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외적 기준을 적용해 엔허투를 통과시킨 선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를 오래 살릴수록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운 아이러니가 드디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외에서 혁신적인 신약들이 연이어 허가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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