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내년 배터리 감산 수순? 韓 양극재 수출, 넉달새 반토막

정동훈 2023. 12.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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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수출, 이차전지용 HS코드 도입 후 최악
지난 8월 수출중량 2.6만t서 1.3만t 급감
"소재 수출 감소, 배터리 생산 문제 초기 징후"
내년 배터리 감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터리 소재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양극재 수출이 이달 들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양극재 수출 물량 대부분은 해외에 있는 우리 배터리셀 기업의 사업장에 공급되는데, 이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내년 배터리 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K-배터리업체들의 해외공장 감산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극재 수출량 넉달새 ‘반토막’

2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수출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t당 3만7489달러(약 4881만원)를 기록했다. 총 수출 중량과 수출금액은 이차전지용 관세청 수출입코드(HS코드)가 도입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 수출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연말에 가까울수록 하락세는 ‘폭락’에 가깝다. 국내 양극재 수출 중량은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2만t을 넘겨왔다. 올 8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2만6586t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3분기 이후 하락폭이 커지더니 4분기인 10월엔 2만t 이하로 떨어졌고, 이달 추정치는 1만3000t 수준에 불과하다. 8월과 비교해 넉달새 수출량은 절반이 줄어든 것이다. 이달 20일까지 일평균 수출 중량은 433t으로 지난해 대비 40% 가량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총 수출중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9.6%가 떨어진 1만3422t, 총 수출금액은 같은 기간 대비 약 51.2% 떨어진 5억592만달러(약 6589억억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바닥나면서 전기차 수요 부진, 각 기업들의 재고 소진 요인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밝혔다.

수출량·판매가격의 급격한 변화는 양극재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 양극재 기업들의 실적은 ▲LG화학 첨단소재부문 매출 1조8830억원·영업이익 180억원·영업이익률 0.95%(유진투자증권) ▲에코프로비엠 매출 1조5690억원·영업이익 310억원·영업이익률 1.9%(하이투자증권) ▲포스코퓨처엠 매출 7810억원·영업이익 30억원·영업이익률 0.4%(유진투자증권) 등으로 예측됐다.

내년 배터리 감산 예고

양극재 수출이 4분기 이후 크게 줄어들면서 내년 배터리셀 기업들 역시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은 커졌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셀 재고가 많다면 양극재를 서둘러 수입할 이유가 없다. 특히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주행거리·에너지밀도에 영향을 주는 핵심소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수출 감소 현상은 내년 배터리셀 기업의 공장 가동을 가늠케 한다는 분석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셀 단위에서)공장 오퍼레이팅(가동)에 문제가 발생했다거나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초기 징후는 바로 소재 수출에서 나온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미 배터리셀 기업들의 가동률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누적 가동률은 72.9%로 전년 동기(75.4%)보다 2.5%p 하락했다. 1분기 77.7%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SK온의 가동률 역시 1분기 96.1%에서 3분기에는 94.9%로 소폭 하락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전체 가동률(에너지솔루션 부문)은 84%를 보였지만 올해는 1분기 73%, 2분기 75%, 3분기 77%의 수치를 보였다.

양극재 판매 가격 하락과 기업들의 수익성 훼손이 반전되려면, 단기적으로 주원료인 리튬 가격의 하락이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극재 가격은 양극재를 파는 시점의 광물 가격이 판가에 반영된다. 이로 인해 미리 산 광물 가격이 높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22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88위안으로 2021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2일 가격(510.5위안)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철완 교수는 "내년 상반기 GM의 신차 출시 등 전기차 시장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국내 배터리 시장이 하방(내림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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