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글로벌 잡다 ‘K-시청자’ 놓칠라 [D:방송 뷰]

장수정 2023. 12. 2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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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칼의 소리’부터 ‘스위트홈2’· ‘경성크리처’까지.
넷플릭스 대작 향해 이어지는 혹평들

지난 2020년 공개돼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10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스위트홈’의 시즌2도, 700억원을 투입한 대작 ‘경성크리처’도 ‘혹평’을 듣고 있다. 기대작들이 연이어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하면서, 넷플릭스가 어렵게 쌓은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의 파트1이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유발 중이다.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70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배우 박서준, 한소희 등 주목도 높은 청춘 스타까지 캐스팅하며 올 하반기를 장식할 기대작으로 꼽혔었다.

ⓒ넷플릭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크리처물로, 크릴처에 맞서는 과정의 긴장감에 시대의 아픔을 녹여내 ‘경성크리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크리처의 탄생 배경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애틋한 정서를 배가한 것이 ‘경성크리처’의 관전 포인트였던 것이다. 여기에 크리처의 기괴한 비주얼도 실감 나게 구현이 돼 몰입도를 높인다.

그러나 ‘경성크리처’를 향한 혹평이 쏟아진 이유는 ‘경성크리처’가 내세운 ‘서사’가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익숙했다는 것이다. 긴장감이 고조될 만하면 끼어드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물론, 모성애를 강조하며 늘어지는 전개까지. 수많은 양산형 대작들이 반복한 실수를 그대로 재현하며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했다.

“이 시기 경성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도 좋아하길 바랐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크리처물의 특징을 잘 섞으면 이 이야기가 더 널리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 정동윤 감독이지만,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는 통할 서사였을지 모르나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올드’하게 느껴질 전개였다.

좀비, 또는 SF 등 장르물에 한국만의 정서를 녹여내며 해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킹덤’ 시리즈가 흥하며 한국의 갓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K-드라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이 데스 게임 장르에 한국의 전통 게임을 차용하고, 캐릭터들의 ‘감정’을 강조하며 해외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었다.

이후 연상호 감독의 SF 영화 ‘정이’를 비롯해 올해 추석을 겨냥해 공개됐던 ‘도적: 칼의 소리’, 최근 공개작인 ‘스위트홈2’까지. 비슷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이’는 모녀간의 애틋한 감정을 서사의 원동력으로 삼았으며, ‘도적: 칼의 소리’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에 웨스턴 무비 장르 문법을 접목해 대중성 확대를 시도했다. ‘스위트홈2’ 또한 스케일을 확대해 크리처물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캐릭터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며 메시지를 강화한 것을 해외 크리처물과는 다른 점으로 꼽았었다.

이러한 작품들이 국내 드라마만의 개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장르물 가능성을 넓힌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이제는 SF, 크리처물 등 어떤 장르에서도 비주얼에 대한 지적은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기술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를 채우는 내용이 국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호불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늘 힘든 것도 사실이다. 앞서 넷플릭스가 선보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휴먼 드라마 장르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로 국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반대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었다. 시청층이 확대된 만큼,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기시감 가득한 이야기’로 통하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큰 스케일과 화려한 비주얼에는 이미 익숙해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고민 없는 서사를 연이어 내보이는 것은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향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최근의 반응들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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