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성 피부, 장벽 관리만이 살 길… 세안 후 지질·당 보충해야"

이해림 기자 2023. 12.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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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민감성 피부 명의’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

툭하면 따갑고, 붉어지는 피부가 고민인 사람이 많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민감성 피부’다. 약을 먹고 바른다고 완치되는 게 아니라, 민감성 피부 환자는 늘 피부를 어르고 달래야 한다. 평상시에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지,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인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에게 물었다.

'민감성 피부 명의'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 어떤 피부를 두고 ‘민감성 피부’라고 하나?
같은 화장품을 발라도 어떤 사람은 멀쩡하지만, 어떤 사람은 피부가 따갑고, 붉어지고, 가렵다. 이렇듯 다양한 외부 자극에 정상 피부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피부를 민감성 피부라고 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외부 자극이 주어졌을 때 피부 병변이 생기진 않으면서 따끔거리고, 화끈거리고, 가려운 증상이 2~3분 지속되다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뾰루지 같은 구진이 생기거나, 각질이 허옇게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민감성 피부는 크게 ▲자상감 타입 ▲알레르기성 타입 ▲여드름 타입 ▲주사형 타입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상감 타입은 얼굴이 붉어지거나 뾰루지 같은 게 생기진 않으면서 피부가 따끔따끔하고, 화끈거리고, 간지러운 유형을 말한다. 알레르기성 타입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뾰루지 같은 구진이 올라온다. 얼굴이 부어 부종이 생기기도 한다. 여드름과 주사형 타입은 말 그대로 여드름, 주사피부염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여러 가지 유형에 동시에 해당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환자 수로만 따지면 자상감 타입이 가장 흔하다.

- 건강하던 피부가 민감성 피부로 변하는 원인이 있나?
유전이나 질환에서부터 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식습관까지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후, 계절변화, 공해, 물, 세정제, 화장품, 작업환경도 관련 있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을 오래 사용하다가 알레르기가 심해져 민감성 피부가 되기도 한다. 화장품을 바꿨는데 피부에 안 맞는 것 같다면, 계속 써서 피부를 적응시키려 하지 말고 빨리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를 제대로 바르지 않아 자외선에 자주 노출돼도 피부가 민감해진다.

- 민감성 피부를 진단하는 방법이 있나?
가장 객관적으로 민감성 피부를 진단하는 방법은 젖산(lactic acid)을 이용한 자극 검사다. 젖산을 10% 비율로 희석한 용액을 종이에 적셔서 피부에 10분간 올려두고, 따끔거림을 느끼는지 1분에 한 번씩 확인하는 방식이다. 따끔거림을 느끼면 민감성 피부로 진단된다. 

'민감성 피부 명의'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 지방과 당 대사 조절 호르몬인 아디포넥틴(adiponectin) 관련 유전자가 줄어들면 민감성 피부가 된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에 발표했는데, 이를 이용해 민감성 피부를 치료할 방법도 찾았나?
우선, 젖산 자극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민감성 피부가 아닌) 사람 12명, 양성을 받은(민감성 피부인) 사람 12명의 얼굴과 엉덩이에서 각각 피부 2mm를 채취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비교했더니, 아디포넥틴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전자보다 후자에서 확연히 줄어든 게 확인됐다. 아디포넥틴 호르몬이 감소하면 통증 감각 수용체인 TRPV1, ASIC3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인 CGRP가 많아져 화끈하고 따끔따끔한 통증 감각을 느끼기 쉬워진다는 것도 입증했다.

아디포넥틴 감소가 민감성 피부의 발생 원인이라면, 부족한 아디포넥틴을 보충해서 민감성 피부를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아디포넥틴이 244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매우 큰 단백질이라 먹거나 피부에 바를 용도로 합성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이 문제도 해결했다. 아디포넥틴 호르몬이 우리 몸에 작용하려면 특정 수용체와 결합해야 한다. 244개나 되는 아미노산 중에서도 일부 아미노산만 수용체에 결합하는데, 내 연구팀이 아디포넥틴 호르몬의 구조를 연구해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의 아미노산 5개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5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가 실제 아디포넥틴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것도 입증했다. 민감성 피부 환자 54명을 반으로 나눠, 한 집단은 이 펩타이드가 들어간 화장품을, 다른 집단은 펩타이드라 들어가지 않은 가짜 화장품을 두 달 간 바르게 한 비교 실험을 통해서다. 가짜 화장품을 바른 집단에선 위약 효과가 나타나 17%가 젖산 자극 검사에서 음성(민감성 피부가 아님)을 받았지만, 펩타이드가 든 진짜 화장품을 바른쪽은 50%가 음성을 받았다. 이 화장품은 현재 화장품 제조사에서 제형을 개발하는 중인데, 완성되면 전 세계 인구 50%가 가지고 있는 민감성 피부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병원에 오면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자상감 타입의 경우 아디포넥틴 부족이 원인이라, 치료 화장품의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진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알레르기성 타입 환자라면 피부에 자극을 주는 물질을 알아내 그 물질을 피하도록 주의를 준다. 여드름 타입 환자에겐 과도한 피지 분비와 여드름균 증식을 억제하고, 각질이 모공을 막지 못하게 하는 치료를 한다. 주사 타입은 자외선에 피부가 자극받아 아디포넥틴이 감소해서 발생하는 것인데, 아직은 아디포넥틴 치료 화장품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일단은 스테로이드로 염증 억제 치료를 한다. 꼭 필요할 땐 스테로이드를 써야겠지만 어떤 유형의 민감성 피부든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오래 사용하는 건 좋지 않다.

- 민감성 피부 환자가 세수할 때 꼭 지켜야 할 수칙은?
피부는 방어기관으로, 각종 오염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의 이런 역할의 99%는 피부 장벽이 수행한다. 피부 장벽은 죽은 피부 세포인 각질 세포가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사이사이를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의 지질 성분과 탄수화물의 일종인 당(糖)이 메우고 있는 구조다. 각질, 지질, 당이 모두 충분히 있어야 장벽 기능이 유지돼 외부에서 알레르기 물질이 들어오지 않고, 피부 수분이 증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비누나 폼클렌저 등으로 얼굴을 과도하게 씻으면, 피부에 원래 있어야 하는 기름까지 다 제거돼버린다. 세수한 후에 얼굴을 만졌을 때 뽀드득거린다면 피부 장벽 안에 있던 기름 성분이 빠져나갔단 신호다. 세수는 피부 장벽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비누나 폼클렌저를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정상 피부의 산도와 똑같이 약산성(pH5)을 띠는 세안제를 쓴다. 세수할 때 손이 얼굴에 너무 강하게 마찰해도 각질층이 떨어져 나가니 될 수 있으면 살살 해야 한다. 스크럽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세안 후엔 보습 크림을 충분히 발라야 한다.

'민감성 피부 명의'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 보습제를 고를 땐 어떤 것을 확인하는 게 좋나?
손실된 피부 장벽 구성 성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 보습제가 좋다.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이 1:1:1의 비율로 들어간 보습제인지 ▲당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약산성인지 확인하길 권장한다. 이밖에도 지성인 사람은 로션 형태, 건성인 사람은 크림 형태가 적합하다.

- 쑥 추출물, 병풀 추출물이 들어서 진정에 도움된다는 화장품을 바르고 오히려 피부가 뒤집어지는 때도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추출물’은 단일 성분이 아니라, 해당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성분 중 알코올에 녹는 성분들의 총체다. 사실상 수십 종류의 성분이 추출물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중 하나라도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 화장품을 바꾼 후 1~2주간 멀쩡하다가, 갑자기 피부가 뒤집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본인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어도 곧바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진 않을 수 있다. 특히 저농도로 들어있는 경우, 피부에 자극이 축적돼 이상반응이 나타나기까지 2주 정도 걸리기도 한다. 이에 피부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직접 붙여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알레르기 첩포 검사’도 일주일 정도는 경과를 관찰하는 편이다.

새로운 화장품을 샀다면, 겨드랑이 안쪽의 피부가 약한 곳에, 하루 두 번씩 7~10일 정도 발라보고 이상 반응이 없는지 먼저 테스트하는 게 좋다. 테스트했을 때 문제가 없다면 얼굴에 발라도 된다.

- 갑자기 피부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땐 집에서 화장품만으로 피부를 진정시키기 어렵다. 밤이라면 급한 대로 얼음찜질을 하고 다음 날 바로 피부과에 방문해 치료받길 권장한다.

'민감성 피부 명의'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정진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피부과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피부연구학회, 대한피부과학회 이사를 지내고 있으며, 2009년부터 지금까지 대한화장품협회 화장품안전성검토위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수년간 다양한 피부 고민을 상담한 노하우로 환자들의 피부 건강에 보탬이 되려 2013년 ‘정진호이펙트’라는 벤처기업을 설립, 피부 건강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2015년엔 민감성 피부의 발생 원인이 아디포넥틴 유전자 감소에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으며, 현재 이를 이용한 민감성 피부 치료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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