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준 ‘노후도’ 포커싱…공급확대 앞당길까

배수람 2023. 12. 2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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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 방안 검토
내년 1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책 발표
사업기간 단축 및 비용절감 효과 ‘긍정적’
고금리·자잿값 급등…“재건축 활성화 힘들어”
정부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곧장 재건축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데일리안DB

정부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곧장 재건축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사업 문턱을 낮추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고금리와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만큼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중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도심 내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을 반영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절차 합리화,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중랑구 소재 모아타운에서 열린 ‘도심 주택공급 현장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받고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다 보니 자신들이 사는 집이 위험해지길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또 일어난다”며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노후주택을 편안하고 안전한 주택으로 확실하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꾸준히 손질해 왔다. 안전진단도 이미 한 차례 기준을 완화하면서 연평균 13개 단지에 불과하던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올 들어 163개 단지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지지부진하고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하면서 보다 확실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하지 않으면 땅이 부족해 사실상 획기적인 주택공급이 힘들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주거용 건물은 전체의 54.3%(23만3825동)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대통령실)ⓒ뉴시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주거용 건물은 전체의 54.3%(23만3825동)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노후주택 비중은 2019년 39.5%에서 2020년 46.8%, 2021년 49.7% 등 매년 증가세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현재 서울의 약 185만가구 중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37만가구(20%) 수준이다.

건물 노후화는 심각해지는 반면, 정비사업은 그간 활발히 추진되지 않았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가로막히면 ‘집이 위험해지길 기다리면서’ 재건축을 무기한 미뤄야 한다.

전문가들은 건물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재건축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정비사업 관련 규정들은 사업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그간 누적된 노후주택이 많아진 가운데 과거 만들어진 규제를 현 상황에 맞춰 바꾸겠다는 건 충분히 논의할 만한 사안”이라며 “주택시장이 침체했을 때는 규제를 풀어도 가격 급등으로 연결되지 않아 시의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물 수명을 구조안정성에만 맞추면 건물이 무너지기 전까지 재건축을 할 수 없는데, 이를 사회적 수명 등으로 연장하면 좀 더 인허가 받기도 쉬워질 것”이라며 “안전진단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소요기간 단축 및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비사업 착수기준을 변경하는 것으로는 주택공급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단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봐야겠지만, 재건축은 단순히 인허가 받기가 수월해진다고 잘 진행되진 않는다”며 “지금처럼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 시공사 간 갈등을 겪는 단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사업 속도를 앞당기는 것보다 사업이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사업성을 높여주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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