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성장률 역전 가시화…현해탄 넘는 '잃어버린 30년'

부광우 2023.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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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
저출산·가계빚·제조업 쏠림 유사
미래 먹거리 기업 혁신 '비상구'
한국과 일본 경제성장률 이미지.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과 과도한 가계 빚, 제조업으로의 산업 구조 쏠림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서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이 현해탄을 건너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다만 일본에 비해 미래 먹거리 투자에 적극적인 우리 기업들의 혁신이 지속될 수 있다면, 저성장 탈피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IMF는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7월 1.4%보다 0.6%포인트(p) 오른 2.0%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의 GDP 성장률은 기존과 동일한 1.4%를 제시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여년 만에 일본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진 건 1998년 외환위기 때가 마지막이다.

우리와 일본의 저성장 배경의 공통점으로 꼽히는 대목은 우선 인구 고령화다. 1990년대 일본처럼 한국도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 2015년을 기점으로 부양률이 높아지며 생산 가능 인구의 부양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의 출산율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15세부터 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46년에는 일본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은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진다. 2050년대 전체 평균으로도 성장률 0% 이하 확률이 68%에 이른다.

과도한 빚더미도 한국과 일본 경제의 유사점이다. 한국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가 제약되는 임계 수준인 GDP 대비 80%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95년 70.1%로 정점을 찍었는데, 한국의 해당 수치는 지난해 104.5에 달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취약한 서비스업도 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일본은 과거 제조업 비중이 GDP의 30%를 초과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지금은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25.5%(2021년 기준)로, ▲일본(20.5%) ▲독일(18.9%) ▲미국(10.7%) ▲프랑스(8.9%) ▲영국(8.7%) 등 주요국들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성장 산업인 정보통신기술(ICT) 선도국이란 점은 일본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ICT 산업의 GDP 내 비중을 보면 한국은 2001년 4.8%에서 2021년 12.6%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일본은 2001년 7.0%에서 2020년 10.0%로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첨단 산업이 전체 수출의 35.7%로 일본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주요 성장 동력이고 높은 디지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 안에서만 사용하는 통신 규격과 메모리 규격 등으로 인해 국제표준 도입이 늦어 수출 경쟁력이 낮고, 4차 산업혁명에 ICT 산업 중요도가 높아지는데도 성장이 정체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양국 ICT 산업의 국제 경쟁력 차이를 저성장 극복의 열쇠로 지목하고 있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최근 저성장을 두고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의 재현일지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시대의 변화와 일본과의 차이점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 모색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가계부채의 안정화와 더불어 혁신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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