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공해' 아우성에도 개정안 막혔다…총선 앞 변심 이유 [현장에서]
“참, 극한 직업입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김도읍 법사위원장 입에서는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수막 공해’라는 비판 속 여야가 개정하기로 합의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에 대해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갑자기 반대하며 약 40분간 회의가 지연되면서다. 소 의원은 해당 법안을 2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2소위는 논의가 미뤄지다 결국 폐기되는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결국 즉시 통과를 주장하는 여당과 2소위행을 주장하는 소 의원이 대립하다 법안은 계류됐다.
정당 현수막의 무제한 전시를 가능토록 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된 건 지난해 12월이다. 자극적 문구의 정당 현수막이 도심 곳곳을 점령했고, 보행자·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올 여름 태풍 ‘카눈’ 상륙 당시에는 떨어진 현수막에 행인이 다치는 등 8건의 정당 현수막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의 현수막만 인정되면서 정치 신인과의 차별도 쟁점이 됐다. 이처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현수막 범람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자 결국 여야는 재개정에 합의하고, ‘읍·면·동별 2개’로 현수막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지난달 1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니 입장이 또 달라진 것이다. 국회 법사위에서 법안에 반대한 소 의원의 핵심 주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동별 면적이 크게는 2640배나 차이 나는데, 일률적으로 2개로 제한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강원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곳은 90%가 산악지역”이라고 반박했다. 두 번째 주장은 “군소 정당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 차관은 “행안위 논의 과정에서 (군소정당이) 그런 문제를 제기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소 의원의 반대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회 법사위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이 법을 최대한 유지시켜 이번 선거 치르자는 것 아니냐”고 하자, 소 의원이 “남의 의사를 왜 속단하냐”고 목소리를 높인 게 대표적이다. 소 의원은 이에 대해 “위헌 시비 우려가 있어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행안부와 점검 중이므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법사위 길목에서 막히면서 해당 개정안의 28일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법사위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답이 없다. 선거가 다가오자 시민의 불편이나 안전보다 기득권만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이제 민주당은 할 말이 없을 듯싶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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