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은행주 사면, 한턱 쏠 일 생긴다고?
‘선(先) 배당금 확정, 후(後) 배당 기준일 지정’을 골자로 한 정부 방침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면서 연말 배당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12월 말까지 주식을 사서 봄에 배당금을 받던 기존 공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분기 배당을 하는 일부 금융주의 경우 새해 3월 전후로 매수하면 두 번의 배당을 한꺼번에 받는 사례도 나올 전망이다. 당장은 기존처럼 배당 기준일을 연말로 정한 기업도 많기 때문에 혼란이 예상된다. 시행 첫해인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2월 결산인 상장사 2267곳 중 28.1%인 646개사가 배당 기준일을 정기 주주총회 이후로 설정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지난해까지 국내 상장사는 대부분 배당받을 주주명부를 확정하고, 주총에서 배당금을 확정했다. 즉, 주주명부를 정하는 배당 기준일(통상 12월 31일) 이전에 주식을 매수해야 이듬해 봄에 배당금을 받는 구조였다. ‘찬바람 불면 배당주’란 말이 증시의 오랜 격언으로 통했던 배경이다.
따지고 보면 이는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지 모른 채 배당주 투자를 한 것이다. 전년 주당 배당금(DPS)이나 실적을 바탕으로 추정은 할 수 있지만 정확하진 않았다.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 ‘깜깜이 투자’란 지적이 많았고, 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할 목적으로 정부는 올해 1월 배당 기준일을 주총 이후로 정하는 내용의 배당 절차 개선 방안을 내놨다. 배당 시즌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약 30%의 기업이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배당주 중 하나인 삼천리는 이달 초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기준일을 내년 3월 29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내년 3월 29일 전에만 주식을 매수하면 2023년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천리는 매년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전년 배당금을 결정해왔다. 배당 기준일이 주총 이후로 바뀌면서 배당금이 얼마인지도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한미반도체나 한국자산신탁 등도 이런 흐름을 따르기로 했다.
배당주의 대표격인 금융주도 상당수가 동참한다. KB금융·신한지주 등 은행 8곳,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보험사 7곳도 이미 정관을 바꿨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3월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하기 때문에 배당 기준일과 배당금 지급일 모두 4월 전후로 바뀔 전망”이라며 “분기 배당을 하는 일부 시중은행은 2~3월에 주식을 매수할 경우 2023년 4분기 배당과 내년 1분기 배당까지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사가 여기에 속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분기 배당은 배당 기준일이 3·6·9월 말로 고정돼 있다. 올해 4분기 결산 배당 기준일이 내년 1분기 배당 기준일보다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해 3월 31일 이전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대략 3월 초쯤 주식을 매수하면 한 번에 두 번의 분기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별 배당 일정을 확인하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종목명을 검색한 뒤 ‘현금·현물 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공시를 찾아보면 된다. 올해는 연말 이틀(30~31일)이 휴일로 묶여 있고, 29일은 한국거래소 증권시장과 파생상품시장 휴장일이다. 기존처럼 연말을 배당 기준일로 하더라도 거래 체결 소요 기간(2영업일)을 고려하면 26일까지 매수해야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배당 기준일을 배당금 확정 이후로 바꾸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배당금 확정일과 배당 기준일의 순서만 바꾼 것 같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장기적으로 배당 투자의 패턴을 바꿀 수 있어서다. 일단 투자자가 배당금 액수를 알고 투자할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실적이 비슷한데도 기업 간 배당금의 편차가 크다면 투자자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를 더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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