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화이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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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눈이 내리길 바라는 심리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반면 영국 기상청은 12월 25일 24시간 동안 어느 시점이든 떨어지는 눈송이가 한 톨이라도 보이면 무조건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본다.
200년 전 영국인들이 디킨스의 소설에 그려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현실의 고달픔을 잊었듯이, 좀처럼 낭만을 찾기 힘든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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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눈이 내리길 바라는 심리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영국의 12월은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날씨인데, 그가 유년기를 보낸 1810년대는 템스강이 얼어붙을 만큼 추워 영국 기후학자들이 ‘작은 빙하기’라 부르는 시기였다. 관측 기록을 보면, 그가 여덟 살이 될 때까지 해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펼쳐졌다. 디킨스는 어린 시절 기억을 토대로 ‘크리스마스 캐럴’ 등 대표작에 눈 덮인 성탄절을 묘사했고, 이는 작은 빙하기가 끝나 눈 없는 12월을 보내던 중년 독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산업화로 팍팍해진 일상에 시달리던 때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비현실적인 낭만이라 여기며 기다리게 된 것이다.
기상 당국이 규정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개는 ‘성탄절에 눈이 땅을 덮을 만큼 내리는 것’인데, 눈이 많은 편인 미국은 최소 2.5㎝가 쌓여야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간주하고, 눈이 더 많은 캐나다는 성탄절 오전 7시에 이미 2㎝ 이상 쌓여 있어야 인정하고 있다. 반면 영국 기상청은 12월 25일 24시간 동안 어느 시점이든 떨어지는 눈송이가 한 톨이라도 보이면 무조건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본다. 땅에 닿기 전에 다 녹아버려도, 허공의 눈송이를 목격한 사람이 기상청 관측자뿐일지라도 상관없다. 영국인이 좋아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선사하려 거의 우기는 것이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남반구에선 간혹 우박이 떨어져 그 흰 알갱이가 땅바닥에 깔리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부르기도 한다. 2011년 성탄절의 호주 멜버른이 그랬다.
서울이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지난 30년간 서울에 눈이 온 성탄절은 열 번 정도였다니까, 흔치 않은 확률의 성탄 설경이 도심에 등장했다. 200년 전 영국인들이 디킨스의 소설에 그려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현실의 고달픔을 잊었듯이, 좀처럼 낭만을 찾기 힘든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눈이었으면 좋겠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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