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임명직’ 대표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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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는 대통령이 정하는 임명직이 아니지 않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 뉴스를 보다가 올 초 나경원 전 의원 측근이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저출산 대책을 언급했다는 이유였는데, 돌이켜보면 이태원 참사와 잼버리 파행의 책임조차 묻지 않는 정부의 뜬금없는 단호함이었다('주60시간' 개인 의견으로 혼란을 초래한 대통령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고도 나 전 의원이 머뭇대자 "그간 처신" 운운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공개 면박과 친윤 및 초선 그룹의 집단 린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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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는 대통령이 정하는 임명직이 아니지 않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 뉴스를 보다가 올 초 나경원 전 의원 측근이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 전 의원은 사직서를 낸 그날, 장관급 직책에서 전격 해임됐다.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저출산 대책을 언급했다는 이유였는데, 돌이켜보면 이태원 참사와 잼버리 파행의 책임조차 묻지 않는 정부의 뜬금없는 단호함이었다(‘주60시간’ 개인 의견으로 혼란을 초래한 대통령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고도 나 전 의원이 머뭇대자 “그간 처신” 운운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공개 면박과 친윤 및 초선 그룹의 집단 린치가 쏟아졌다. 8일 뒤 나 전 의원은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다음 타깃은 “국정의 방해꾼이자 적” 안철수 의원. 당대표 경선 내내 대통령실로부터 실명으로, 익명으로 난타당한 끝에 결국 큰 표차로 낙선했다.
용산의 시그널을 잘못 읽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게 두 사람뿐일까. 최연소 여당 대표 이준석이 중징계를 받은 건 지난해 7월. 그 뒤 여당을 무대로 펼쳐진 18개월간의 정치 드라마는 친위 쿠데타를 연상시키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두 번의 비대위와 두 번의 법정 공방, 두 번의 징계가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까지 공개됐다. 이준석은 밀어내고, 나경원·안철수는 쳐내고. ‘윤심’이 이보다 더 투명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김기현 리더십은 저절로 탄생한 게 아니다. 정치적 몸싸움도 불사한 용산의 맹렬한 노력이 창조해낸 것이다. 불행하게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직할체제’ 김기현 체제가 붕괴하고 ‘운명공동체’ ‘찐 직할체제’ 한동훈 비대위가 조만간 출범한다. 지지층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지만 한동훈 비대위를 보며 내가 미심쩍은 기분이 든 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개인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1년반 지켜본 여당 난투극의 기억 때문이다.
어떻게 평가하든 한동훈 비대위는 용산발 권력투쟁의 직접 결과물이다. 복기해보면 분명해진다. 한 전 장관이 꿰찬 여당 권력의 빈자리는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최고 권력이 분명한 의도와 집요한 열정으로 만들어낸 자리다. 밀어내고, 쫓아내고, 탈탈 털어서 확보한 공간이다. 그러니 한 전 장관을 여의도로 불러낸 게 당의 위기라고 말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 이 타이밍에 그를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차출한 건 분명하게 대통령, 그가 느끼는 정치적 위기감이다.
그리고 위기감의 뿌리에는 김건희 특검법이 있다. 다들 그렇게 추측한다. 난리통에 사실상 여당 대표로 무혈입성하는 한 전 장관을 보수 지지층이 환영하는 배경도 같은 위기감으로 보인다. 최근 여권 내부에선 한동훈 비대위에 호평과 기대가 쏟아졌는데, 그 와중에 두드러진 게 안도감이었다. 한동훈 비대위가 ‘무서운’ 대통령과 말이 통할 거라는 지지층의 기대감이다. 마침 김건희 리스크 해법으로 회자되는 게 총선 후 특검과 제2부속실 설치 같은 것들. 그러고 보면 여권은, 오랜 후배가 대통령에게 배우자 문제의 정치적 출구를 설득하길 바라는 모양이다.
기대를 짊어진 한동훈 비대위가 어떤 묘책을 낼지는 모른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 국회에 바라는 건 있다. 나는 김건희 특검법이 총선에 영향을 주므로 악법이란 논리가 납득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이번 총선은 대통령 중간평가다. 대통령이 당 리더십을 사실상 임명하고 나선 터에 달리 해석할 여지도 없다. 그런 대통령을 평가하자면 김 여사 논란은 패키지로 따라붙는다. 주가조작 논란이든, 명품백 수수 의혹이든 다 꺼내놓고 잘잘못을 따지면 좋겠다. 유권자는 그걸 듣고 투표장에 갈 권리가 있다.
이영미 영상센터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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