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출산 기피·비만… 부인암 1위 ‘자궁 내막암’ 증가세 무섭다
한국선 이제 막 추월 시작
에스트로겐 분비 많아지며 발병
비만일 땐 발병 위험 최고 10배
유방암 약물 복용도 위험 2∼4배
초기 증상 뚜렷 72%가 조기 진단
최근엔 구멍 하나로만 로봇수술
꿈의 중입자 치료기도 적용 검토
젊은 초기암, 임신 배려 치료 가능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체부(몸통)암은 부인암 가운데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년보다 신규 발생자가 188명(5.7%↑) 늘어 난소암(18명, 0.6%↑)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반대로 자궁 입구에 생기는 경부암은 300명 줄었다. 자궁체부암의 97%는 가장 안쪽 내벽에 암이 자라는 자궁내막암이 차지한다. 자궁체부암이 2000년 기점으로 국내 3대 부인암 중 발생률 1위로 올라선 이유다(국민일보 10월 31일자 24면 보도). 식이 및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이 같은 자궁내막암의 상승 추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남은지(산부인과) 센터장은 25일 “미국의 경우 난소암에 비해 자궁내막암 발생 건수가 3배 정도이나 한국은 이제 막 난소암을 넘어선 상황으로 앞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왜 이런 전망이 나온 것일까. 어느 한 가지 원인이라기보다는 여러 위험인자로 인한 복합적인 결과로 보인다. 자궁내막암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자극이다.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며(증식) 암으로 진행된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시작과 함께 분비되는데, 초경이 빨라지고 결혼이 늦어지는 동시에 임신·출산·수유를 기피하는 지금의 사회환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노출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여성의 증가도 에스트로겐 노출을 늘린다. 비만한 경우 정도에 따라 자궁내막암 위험이 3~10배 올라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체지방 세포에서 과도한 ‘안드로겐-에스트로겐 전환’ 현상이 일어나 전체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젊은 여성의 자궁내막암 발생이 비만 증가와 결혼·출산 기피의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연령별 자궁내막암 발생률(2020년 기준)을 보면 50대(29.1%) 60대(24.7%) 40대(16.9%) 순으로, 30대(8.2%)와 20대(2.4%)는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높진 않지만, 이전에 비해 점차 증가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근래 호르몬 원인(양성) 유방암이 증가하면서 타목시펜 등 에스트로겐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약물은 작용 부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데, 유방 조직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에스트로겐이 그 수용체에 붙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지만, 자궁 내막에서는 반대로 에스트로겐과 같은 작용을 해 자궁 내막을 증식시킨다.
따라서 유방암 치료·예방 목적으로 해당 약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자궁내막증식증이나 내막암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해당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이 권고된다. 타목시펜 복용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2~4배 자궁내막암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남 교수는 “과도한 에스트로겐 자극과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 린치증후군 등 유전적 요인에서 기원하는 ‘유형(Type)1’이 자궁내막암의 75~8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에스트로겐과 연관성이 적고 위축성 내막과 관련 있는 ‘유형2’에 해당된다. 유형2는 유형1에 비해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불량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한 만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상적인 자궁(질) 출혈이 가장 흔하다. 월경 주기 밖 출혈과 월경 중이라도 양이 과도하게 많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의심해야 한다. 특히 폐경 후 출혈이 있으면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남 교수는 “비정상적 질 출혈을 보이는 자궁내막암의 경우 전체의 약 72%가 조기 진단되며, 조기 발견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7%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재발하거나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2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암의 기본 치료법은 수술이다. 자궁과 난소를 제거한다. 과거에는 골반과 주변에 위치한 림프절을 함께 적출했다. 하지만 림프절을 없애면 다리가 붓는 합병증이 초래된다. 새로 도입된 ‘감시 림프절 탐색술’이 이런 우려를 줄였다. 암이 가장 먼저 전이되는 감시 림프절을 첨단 형광 카메라를 활용해 찾아내고, 전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한 다음 제거함으로써 림프절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법도 과거 개복 방식에서 배꼽 주변에 구멍을 몇 개 뚫어 접근하는 최초 침습수술(복강경, 로봇수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하나의 구멍만으로도 로봇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기(암세포만 정밀 타격)를 도입해 전립선암 환자 대상으로 시행 중인 연세암병원은 향후 자궁내막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남 교수는 “중입자치료가 활발한 일본에선 이 치료를 받은 진행성 자궁내막암 환자 등의 5년 생존율이 73.1%로 보고돼 있지만, 시행 건수가 많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들은 임신을 고려해 수술을 걱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는 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단 다른 곳으로 전이가 없는 초기(1기 초) 암일 때만 가능하다. 이는 고용량 프로게스테론(자궁내막 증식 막는 호르몬)을 복용하거나 그와 유사한 작용의 성분을 분비하는 자궁 내 장치를 넣는 방식이다.
이런 가임력 보존치료의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임신·출산을 하도록 권고되는데, 자연 임신도 가능하며 어려운 경우 난임 시술도 도움 된다. 빠른 임신을 위해 자궁 내막에 배아(수정란)를 직접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가임력 보존치료를 받은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 가운데 임신을 시도한 이들의 45%가 임신에 성공했고 전체 임신 중 66%는 만삭 분만을 한 것으로 보고됐다. 남 교수는 “단 아직까지는 가임력 보존치료가 자궁내막암의 표준치료법이 아니며 호르몬 치료 도중이라도 암이 진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신·출산이 끝나면 자궁절제술을 포함한 수술을 시행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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