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지구기온 되돌릴 과학기술… 妙手일까, 惡手일까

2023. 12. 2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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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빛 인위적 차단 등 아이디어
현실성 높아지면서 美정부도 검토
자연 생태계 변화에 부작용 우려도
선택 여지 없다 vs 신중론 ‘의견차’

스위스 환경기업 클라임웍스가 개발한 직접공기포집 장치의 모습. 클라임웍스 제공

지구온난화 막을 최후 수단 ‘지구공학’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 기준 12월 수은주가 섭씨 영상 10도를 오르내리며 폭우를 쏟아붓더니 며칠 사이 영하 15도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이상기온 현상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미국 남부는 때아닌 겨울 폭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3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북서쪽 인접 지역에 기록적인 겨울 폭우가 쏟아졌는데, 한 달 치 강수량이 단 1시간 만에 쏟아져 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택 60여채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홍수, 산불, 산사태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만2000명이 넘는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이상기후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다. 지구 연평균 기온이 1~2도만 올라가도 세계가 이처럼 몸살을 앓는다. 흔히 ‘지구의 기온 변화를 섭씨 1.5도 이내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데, 이 말은 여기서 비롯된다. 인류는 연평균 기온이 기준값(대략 14도)보다 2도 이상 따뜻한 기후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다. 즉 이 온도를 넘게 되면 인간이라는 종(種)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온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다. 그러니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인간이 산업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다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일부 과학기술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지구 기온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지구공학(일명 기후공학)이라고 부른다.

특명 ‘햇빛을 막아라’

지구공학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표적인 하나가 ‘태양복사관리(SRM)’ 방식이다. 쉽게 이야기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거나 다시 우주로 되돌려 보내 지구 기온 상승을 줄이는 방법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간단한 방법으로 모든 건물의 옥상을 흰색으로 칠하는 것도 SRM에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반사율이 높아져 상당한 양의 가시광선이 우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사막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발전시키다 보니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와 있다. 인공적으로 화산을 폭발시켜 태양 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는데, 1991년 피나투보 화산 분출이 지표 온도를 0.5도 하강시켰던 사례에서 기인한다. 거품 발생장치를 이용해 바닷물을 하얗게 빛나게 만들어 태양 빛의 반사율을 높이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하늘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많다. 먼저 바닷물을 에어로졸 형태로 하늘로 쏘아 올려 구름을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이 밖에 성층권에 황산 입자를 뿌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약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 인공구름을 많이 만들어 지표로 도달하는 태양 빛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심지어 거울이 달린 거대한 인공위성을 여러 개 띄워 우주에서부터 햇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현실성이 낮아 보였지만 최근엔 민간 인공위성산업도 활성화돼 있어 비용만 댈 수 있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가 어이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미 미국 정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미 백악관은 지구공학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SRM 방식의 기후조절 기술을 정리한 그래프가 포함돼 있어 화제가 됐다.

이산화탄소 제거 공장을 만든다면?

지구공학 방법 중 비교적 안전하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것이 ‘이산화탄소 제거(CDR)’ 방식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생물학적, 화학적 방법으로 제거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대규모로 숲을 가꾸는 것도 CDR로 구분할 수 있다.

본격적인 CDR 방식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계설비를 만들어 지구 기온을 적극적으로 낮춰 보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다. 주로 산업현장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 즉시 포집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이야기된다. 이산화탄소와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이용해 대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착해 내는 방법 등이 자주 쓰인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지구 대기 중에 흩어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갈무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는 DAC(직접 공기 포집)라고 부른다. DAC를 통해 모은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땅속에 묻어버리려는 시도도 있다. 본래 지구온난화는 땅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 속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흩어져 발생하는 것이니 개념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는 방법으로 보인다. 바다에 대량의 철분을 뿌려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유도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다만 이런 방법은 SRM 못지않게 현실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환경연구자 최대의 계륵

지구공학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부류다. 첫째는 적극적으로 시행하자는 부류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당면의 위협이며, 이 이상 뒤가 없는 상황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신중론이다. 지구 환경에 인위적으로 손을 댔다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 충분한 연구 없이 함부로 시행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공학을 시행함으로 인해 예측되는 부작용도 많다. 우선 이상기온 현상이 오히려 늘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SRM이나 CDR을 시행하면 지구 전체의 기온은 내려갈지 모르지만, 지역에 따라 도리어 큰 피해를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공학 기법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강제로 흡수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이런 방식을 반복할 경우 해양 산성화를 피할 수 없다. 이는 결국 해양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성층권에 황산을 뿌려 태양 빛을 막는 방식은 오존층 파괴로 이어질 수 있고 산성비가 내릴 수도 있다.

지구공학은 인류 최대의 골칫거리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재앙의 열쇠가 될까. 아직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답을 낼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있다. 우리는 지금 무언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승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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