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금리 인하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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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연준)이 금융시장에 큼직한 연말 선물을 안겼다.
이미 금융시장은 15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 포인트) 인하까지 예상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금리 인하는 오랫동안 시장이 기다려온 것이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비이성적 쏠림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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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연준)이 금융시장에 큼직한 연말 선물을 안겼다. 새해 적어도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의 과도한 쏠림에 대응한 연준 인사들의 경계발언이 있었지만 한 번 형성된 기대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미 금융시장은 15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 포인트) 인하까지 예상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리 인하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 인하는 오랫동안 시장이 기다려온 것이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연준은 그동안의 긴축정책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 인하를 논의할 시기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2022년 초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강한 금리 인하 시사가 겉으로는 연착륙을 자신하지만 속으로는 경착륙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만약 일부의 우려대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된다면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금리인하기에 자산가격이 항상 올랐던 것도 아니다. 닷컴버블 붕괴로 시작된 2000년대 첫 번째 금리인하기에 연준이 정책금리를 2000년 12월 6.5%에서 2003년 6월 1.0%까지 인하했지만 그동안 미국의 주가(다우존스지수)는 18%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린 두 번째 금리인하기에도 정책금리가 2007년 8월 5.25%에서 2008년 12월 0.25%로 빠르게 내려갔으나 주가는 40%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팬데믹에 대응한 엄청난 재정 확대 및 양적완화 정책과 함께 정책금리가 2019년 7월 2.5%에서 2020년 3월 0.25%까지 인하된 9개월 동안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금리 인하 효과는 인하폭이나 속도보다는 당시의 경제여건과 종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시장이 미래 기대를 선반영해 움직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금리 인하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지표에 반영돼 있다. 따라서 향후 금리 인하가 기대에 못 미치면 오히려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며 부정적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비이성적 쏠림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이다.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도 문제다. 금융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면 자산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가계나 기업의 부채 부담이 금리 인하와 함께 바로 완화되는 것도 아니다. 정책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으며 기존 대출 구조에 따라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려면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원리금 상환유예와 같은 지원 정책이 종료되면 상환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특히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로의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초저금리 시대의 부채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경우 부담이 크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리 인하의 시기나 속도는 무엇보다도 나라의 경제여건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 같은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해 금리 인하 신호에 마냥 들뜨기보다는 기대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짚어보는 신중함이 필요한 세밑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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