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몰락… 슈퍼히어로 신드롬 끝나나

임세정 2023. 12. 2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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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슈퍼히어로를 스크린으로 불러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마블 영화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24일(현지시간) 올해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암울한 성적을 보도하며 "'더 마블스'의 개봉 첫 주 수익은 전편 '캡틴 마블'(2019)이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수익의 3분의 1도 안 되는 4700만 달러에 불과했다"며 "미국 내 수익은 8000만 달러(약 104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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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빌런 역 메이저스 해고
‘더 마블스’ 최악 흥행 성적
너무 많은 콘텐츠에 ‘번아웃’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023), ‘더 마블스’(2023) 포스터(왼쪽부터). 세 영화는 모두 전작보다 부진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특히 더 마블스는 MCU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만화 속 슈퍼히어로를 스크린으로 불러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마블 영화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 속에 흥행 부진에 빠졌고, 프랜차이즈를 끌고 가야할 주연 배우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퇴출되는 일까지 터졌다.

마블은 2026년, 2027년 각각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5: 캉 다이너스티’와 ‘어벤져스 6: 시크릿 워즈’에서 메인 빌런인 캉 역을 맡은 배우 조너선 메이저스를 최근 해고했다. 메이저스가 지난 18일 여자친구를 폭행 및 추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알려졌다. 메이저스는 올해 2월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에 캉으로 등장하며 마블 ‘페이즈 5’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 배우다. 그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럽고 불미스런 퇴장으로 마블의 미래엔 큰 차질이 생겼다. 이전으로 치면 타노스 역을 맡은 배우가 갑자기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마블이 캉 배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우를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언맨’(2008)에서 로디 역을 맡은 배우 테렌스 하워드가 출연료 문제로 마블과 갈등을 빚으며 속편에서 다른 배우인 돈 치들로 바뀐 사례가 있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계속해서 쓴맛을 보고 있는 마블이 기존의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개봉한 ‘더 마블스’는 ‘흥행 참패’ 신화를 썼다. 미국 포브스는 24일(현지시간) 올해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암울한 성적을 보도하며 “‘더 마블스’의 개봉 첫 주 수익은 전편 ‘캡틴 마블’(2019)이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수익의 3분의 1도 안 되는 4700만 달러에 불과했다”며 “미국 내 수익은 8000만 달러(약 104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영화는 이달 초까지 전 세계에서 2억 달러(약 26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기록했다. 제작비인 2억748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6억 달러로 MCU 사상 최악의 적자를 보는 영화가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즈니는 “영화의 해외 수익을 더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우 박서준이 얀 왕자로 3분 가량 출연했음에도 영화는 국내에서 67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그쳤다. ‘마블 공화국’이란 별명이 붙은 한국은 흥행이 보장된 시장이었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마블의 위기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디즈니플러스 런칭 이후 마블 드라마가 우후죽순 나오면서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진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팬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마블의 추락을 심층 분석하는 기사에서 월스트리트 분석가 에릭 핸들러의 말을 인용해 “‘마블 머신’이 너무 많은 콘텐츠를 쏟아내는 지경에 이르자 사람들이 슈퍼히어로에 대해 ‘번아웃’을 겪고 있다”면서 “더 많이 만들어낼수록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렵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등에서 일부 새로운 캐릭터들을 시도해 엇갈린 평가를 받았는데, 그 정도 예산을 썼으면 ‘홈런’을 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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