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예수의 사랑은 어디에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 꼭 꺼내보게 되는 책이 있다. 코니 윌리스의 크리스마스 단편집 『A Lot Like Christmas』을 두 권으로 번역한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이하 『빨간 구두』)와 『고양이발 살인사건』이다.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3회에 빛나는 코니 윌리스는 뛰어난 SF 작가이자 일흔이 넘도록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장인,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가장 잘 그리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단순히 크리스마스 배경의 소설을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빨간 구두』에는 ‘이 여관에는 방이 없어요’라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신도들은 다음날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노숙자들이 교회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한 노숙자를 잠시 들어오게 해주었을 때 카펫에 실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성가대의 연습이 이어지는 동안 신도 샤론은 우연히 교회 출입문 밖에 서 있는 낯선 부부를 만난다. 그들은 추운 날씨에 얇은 샌들을 신고 담요를 두른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샤론은 노숙자 쉼터에 전화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샤론은 일단 그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교회 안으로 들인다. 거기서부터 추격 스릴러와도 같은 비밀 대피 작전이 벌어지고, 샤론은 마침내 요셉과 마리아를 무사히 베들레헴으로 돌려보낸다.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낮은 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교회가 말할지라도 샤론은 그들이 춥고 힘든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기꺼이 그들을 돕는다. 샤론이 대단히 특출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던 예수 역시 그 광경을 보고 흡족해하리라. 그리하여 묻게 된다. 예수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단죄하는 데에 있는가, 사랑하는 데에 있는가. 높은 곳에 있는가, 낮은 곳에 있는가.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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