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단순 반복의 미학…해변의 아인슈타인
1960년대 미국 화단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미니멀리즘은 이미지와 구성 요소를 최소화해서 감상자들이 형태의 본질만 체험하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미니멀 아트에서는 모든 인간적인 것, 작품이 어떤 것을 표현한다는 생각 자체를 거부한다. 미술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이 분야의 대표 작가로 도널드 저드가 있다. 그는 지극히 중립적이고 냉정한 태도로 인간의 손길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중 ‘무제’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 ‘무제’ 시리즈는 장방형 금속 조각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조각의 형태가 모두 같기 때문에 상호교환이 가능할 뿐 아니라 무한정 반복해서 연장할 수도 있다.
미술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은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특징을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단순화와 반복이다. 단순화란 음악 재료의 단순함을 의미한다. 미니멀리즘 음악에서는 단순하고 짧은 선율과 리듬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품으로 필립 글래스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사진)이 있다. 줄거리가 없는 이 오페라에서는 계이름이나 숫자 혹은 시의 단편 같은 것이 가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가수들은 일정한 음높이와 템포를 가지고 ‘one two three four’ ‘one two three four five six’를 반복한다.
그동안 우리는 주제가 갈등하다가 마침내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대단원에서 그 긴장이 일시에 해결되며 강렬한 종결감을 느끼게 하는 음악에 길들여져 있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 음악에는 이런 것이 없다. 처음에 제시된 악상이 발전하지 않고, 똑같은 음형이나 리듬 패턴의 반복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음악은 듣기에 지루할까. 그렇지 않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으니 한 번 들어 보시길.
진회숙 음악평론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실리콘밸리 발칵 뒤집은 25세 여성…7개월 만에 4000억 대박 | 중앙일보
- ‘73년생 정치 신인 한동훈’ 이 길 안 가면 조국2 된다 | 중앙일보
- 이재용·홍진영 결혼? 이런 황당 가짜뉴스 퍼뜨린 유튜버 최후 | 중앙일보
- 이선균 접대부 풀뱀이라며? 그 원조는 ‘서울의 달 한석규’ | 중앙일보
- "붕어빵 4마리 5000원, 현금만 받아요"…명동 간 외국인 경악 | 중앙일보
- 술 매일 마시더니 사타구니 통증?…책상다리 힘들면 이것 의심해야 | 중앙일보
- "매일밤 부인 술에 데이트 강간 약물"…영국 내무장관 충격 발언 | 중앙일보
- 한소희, 안중근 사진 올리자…일본 네티즌 "이젠 팬 안 하겠다" 반발 | 중앙일보
- '아버지 뛰어넘겠다' 각오…이재용 회장이 목표로 찍은 이 회사 [삼성연구] | 중앙일보
- "시작부터 정치 9단도 어려운 난제"…한동훈호 '특검 딜레마'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