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유료 진료예약앱 ‘똑닥’… 맞벌이 환영, 전업은 볼멘소리

이가현,정신영 2023. 12.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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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미리 애플리케이션(앱) 진료 예약이 가능한 '똑닥'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현장 접수에 의존해야 하는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진료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조손가정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이 배제되고, 민간에서 제공하는 유료 앱이 병원 진료 예약을 독점한다는 것은 이상한 모습"이라며 "현실을 고려해 '똑닥'과 현장접수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소외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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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현장접수 다 됐던 전업가정
앱 이용증가로 예약 몰리자 불만
조손가정 소외·앱 유료화도 논란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제일병원 소아과에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뉴시스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미리 애플리케이션(앱) 진료 예약이 가능한 ‘똑닥’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현장 접수에 의존해야 하는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진료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게다가 ‘소아과 오픈런’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전업 육아자들은 똑닥으로 접수가 더 치열해졌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맞벌이인 이모(41)씨는 5세 딸을 키우고 있다. 근무시간 동안에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준다. 이씨는 25일 “회사에서 퇴근 후 가려면 10~15분 차이로 병원 접수 마감 시간을 놓친다”며 “퇴근 직전에 앱으로 진료 접수를 하고 친정엄마가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오면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똑닥’ 유료화 소식에도 주저하지 않고 1년 멤버십을 결제했다. 똑닥은 애초 무료 앱이었지만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9월부터 월 사용료 1000원, 1년 멤버십 1만원으로 전환했다. 멤버십을 결제하면 횟수 제한 없이 예약 접수를 할 수 있다. 이씨는 “맞벌이에게는 너무 유용한 수단”이라며 “평일 현장접수는 불가능하니 ‘똑닥’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멤버십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업 육아자가 있는 가정은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전업주부 임모(35)씨는 5세 아들, 3세 딸을 육아하고 있다. 임씨는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똑닥’ 예약자로 현장 접수 대기자가 한없이 밀리면 못마땅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약·현장접수 둘 다 가능했던 전업 육아 가정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앱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완전히 배제돼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똑닥에 가입한 의료기관은 약 4000개로, 의원급 전체 11%정도지만 특히 소아과는 21.9%로 가입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현장접수 없이 100% 똑닥 접수만 받는 곳도 늘고 있다.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지난 20일 좌담회에서 “온라인예약 이외에 충분한 접근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노령층과 해외출신 소수민들 등 디지털 격차가 큰 시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며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는 가장 공공적인 보건의료용역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든 환자들의 접근성은 차별 없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독과점이 가속화되면 비용 차등화 등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똑닥’을 통해서만 진료 예약을 받고 현장 접수는 받지 않는 병원 8곳에 대해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며 행정 지도 처분을 내렸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조손가정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이 배제되고, 민간에서 제공하는 유료 앱이 병원 진료 예약을 독점한다는 것은 이상한 모습”이라며 “현실을 고려해 ‘똑닥’과 현장접수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소외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변호사는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예약앱 무상 서비스를 하면 진료거부나 의료접근권 침해 등의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가현 정신영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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