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분양, 평년의 75%…그나마 절반은 재개발·재건축
“내년 시장이 불투명해 경기를 봐가며 분양 물량을 조절할 것 같아요.”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의 말이다.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내년에 전국에서 분양할 민간 아파트가 최근 5년 평균보다 25%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고금리와 경기 불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설사들이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탓이다. 다만 서울 강남권 등 인기 물량엔 수요자가 몰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에 전국 민영아파트 268개 단지에서 26만5439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계획 물량 기준으로 9년 만의 최저인 올해(25만8003가구)보다 2.9% 많고, 최근 5년 평균(35만5524가구)보다 25.3% 적다. 이 중 시공능력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분양 물량은 14만9195가구로 올해보다 18% 줄었다.
수도권에서 14만1100가구가 나온다. 경기도가 7만4623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 4만4252가구, 인천 2만2225가구 순이다. 지방에선 12만4339가구가 공급된다. 부산이 2만2710가구로 가장 많고 광주(2만161가구), 대전(1만3138가구)이 뒤를 이었다.
내년 분양 물량의 53%(13만9778가구)가 재개발·재건축으로 공급된다. 서울에서는 강남권에서 ‘대어급’ 아파트가 나온다.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와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강남구 ‘청담르엘’(청담삼익),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 진주)가 대표적이다.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6000만원대로 예상된다. 비강남권에서는 은평구 대조1구역, 성북구 삼선5구역 등 대규모 재개발 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경기도에서도 광명시 광명12R구역, 성남시 산성구역 등 재개발 물량이 눈길을 끈다.
다만 실제 분양 물량은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에도 전국 분양 계획 물량인 25만8003가구 중 실제 분양은 72%(18만5261가구)에 그쳤다.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공사비 증액, 분양가 분쟁 등으로 분양을 미룬 탓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내년엔 고금리와 PF 부실 위험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분양을 보류하는 단지가 많으면 올해보다 분양 실적이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청약 열기는 전반적으로 식겠지만,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강남권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데다 대기 수요가 많아 선전하는 반면,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선 미분양 단지가 속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서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58대 1인 데 반해 5대 광역시는 6.3대 1이었다. 특히 지방에선 청약 미달이 쏟아졌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분양한 전국 아파트 215곳 중 67곳(31.2%)은 청약 경쟁률 0%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서울 사업지는 없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 대기 수요자가 청약통장 사용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청약 온도 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선 청약 가점 50점은 넘어야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3인 가구 기준으로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각각 11년은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53점이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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