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투어 막차 탔다…홍정민이 쓸 모험 스토리
지난해 5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홍정민(21)이 내년엔 해외로 떠난다.
지난 20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LET) Q스쿨에서 내년도 출전권을 땄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Q시리즈에서는 조건부 출전권을 획득했다.
조건부 출전권을 0.5개로 친다면 홍정민은 내년엔 KLPGA 투어를 포함해 2.5개의 카드(출전권)를 가진 셈이다. 홍정민은 LPGA와 LET, 2개 투어 출전 자격을 Q스쿨을 통해 따낸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지난 22일 홍정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홍정민은 KLPGA투어 신인이던 2021년엔 상금 18위였다. 지난해엔 상금 10위로 도약했다. 올해는 시즌 중반까지 KLPGA 대상 부문에서 1위를 다퉜다. 시즌 중반 이후엔 KLPGA 대회 대신 LPGA 투어 Q스쿨 2차전에 도전하는 등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활약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투어의 선발전에서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LPGA 투어 Q시리즈에선 45위로 조건부 시드를 받았다. LET에선 공동 20위를 차지했다. 역시 풀시드 합격자 중 최하위였다. 양쪽 모두 최하위의 턱걸이 합격이었다.
그러나 홍정민은 ‘부진했다’기 보다는 ‘운이 좋다’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홍정민은 “공동 최하위 선수의 성적을 백 카운트로 따졌더니 LPGA와 LET 모두 내가 제일 밑이었다. 양쪽 Q스쿨에서 합격자 중 모두 꼴찌여서 시상식에서 제일 먼저 내 이름이 불렸다. 우습기도 했지만, ‘내가 운이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 무대 도전에서 성적이 안 좋았던 이유가 있을까. 홍정민은 “지난여름부터 부상 탓에 샷 감각이 좋지 않았다. 또 해외투어에 진출한다니까 내년도 서브 스폰서가 다 떨어져 나갔다. 약간 놀랐는데 이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털어놨다. LPGA Q시리즈(6라운드)와 LET Q스쿨(5라운드)은 12월 초부터 하순까지 잇따라 열렸다. 쉬지 못하면서 잇따라 대회를 치른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홍정민은 왜 안락한 국내 투어를 떠나려고 했을까. 홍정민은 “골프를 시작할 때 목표가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이었다. KLPGA 투어는 물론 익숙하지만, ‘무조건 나가야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PGA 조건부 시드라면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7~8차례 정도다. 주로 LET에서 뛰어야 할 텐데 하위 시드인 그는 이곳에서도 역시 상금이 많은 큰 대회엔 나가기 어렵다. 방송에 노출될 기회도 적으니 국내 스폰서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결국 해외 무대 도전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홍정민은 “한국에서는 3년 동안 뛰었으니 이제 알을 깨고 나가야 한다. LPGA 투어 Q스쿨에서 풀시드를 받았다면, 유럽 투어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Q스쿨에서 경기해보니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이 엄청 좋더라. 키가 1m80㎝를 넘고, 장타를 치는 선수들이 많아 위압감이 들 정도였다. 더구나 유럽 잔디는 질기고, 땅도 딱딱해서 만만치 않더라. 그러나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정민은 모로코 사막에서 2024년 여정을 시작한다. 그래서 포르투갈에 훈련캠프를 차렸다. 남자골프에서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변방을 떠도는 ‘노마드(유목민)’가 종종 있지만, 한국 여자골프에서는 홍정민이 처음이다. 내년 홍정민의 1차 목표는 유럽 투어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들어 2025년 LPGA 투어에 직행하는 것이다.
홍정민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이 안 가본 길이라고 하니까 앞에 뭐가 나올지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도전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홍정민은
「 ◦ 생년월일: 2002년 1월 22일
◦ 키: 1m67㎝
◦ 주요경력: 2020년 KLPGA 입회
점프 투어(3부 투어) 120홀 연속 노보기 기록
드림 투어(2부 투어) 8경기 만에 졸업
2021년 KLPGA 1부 투어 데뷔, 상금랭킹 18위
2022년 상금랭킹 10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2023년 LPGA 투어 조건부·LET 출전권 획득
」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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