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실패한 ‘안전한 죽도’ 한국 검도인이 개발했다
평생 ‘검도 외길’만을 걸어온 검도인이 죽도(竹刀) 개량에 성공해 한국은 물론 검도 종주국인 일본에서 특허까지 얻었다.
주인공은 대구에서 검도관을 운영하는 대한검도 8단 신용만(61·전 대구 달서구청 감독) 사범이다. 신 사범은 습기와 곰팡이에 취약한 데다 강한 충격에 쉽게 부러져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죽도의 내구성을 보강할 수 있는 고무 코팅재를 개발했다. 그가 특허를 얻은 죽도는 이 고무 코팅재를 입힌 것이다.
죽도는 대나무 네 조각을 엮어 만든다. 조각을 엮어 만들기 때문에 타격할 때 특유의 경쾌한 소리가 나지만 쉽게 부러지고 갈라져 대나무 조각이 손에 박히거나, 바닥에 떨어져 발에 상처를 내는 일이 허다하다. 수명도 짧아 직업 선수들은 한 달에 개당 4만~5만원짜리 죽도를 서너 개씩 사야 하는 실정이다.
신 사범은 “동료가 갈라진 죽도에 얼굴을 찔려 피부가 찢어지거나 눈 부위를 다쳐 실명 위기에 놓인 것을 봤다. 외국에서는 한 선수가 죽도 조각에 얼굴을 깊이 찔려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도계에서는 죽도 안전성 문제가 항상 도마에 올랐다. 검도 종주국인 일본도 오랜 세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내지 못했다. 일본 한 죽도 생산 업체에서 탄소섬유(카본)로 만든 죽도를 개발했지만 가격이 10배가량 비싸고 무거워 상용화하지 못했다.
신 사범은 중학교 1학년이던 1973년 담임교사 권유로 검도에 입문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검도를 업으로 삼아왔지만 죽도 내구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라며 “죽도에 고무밴드를 감거나 초 칠을 하고 기름에 죽도를 담그는 등 갖은 수를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 사범은 2021년 죽도의 바깥 부분보다 안쪽이 더 잘 부서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를 거듭하다 ‘안쪽 면에 코팅 처리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곧장 그는 전국의 고무생산업체 수십 군데를 찾아가고 전화를 하면서 해법을 찾았다. 그는 “여러 업체에 문의하다 대구와 부산에 있는 업체 두 군데와 협력해 코팅 재료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죽도 안쪽에 코팅재를 칠해 건조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었는데, 코팅 후에는 확연히 내구성이 좋아졌다. 인체 유해 여부를 따지는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유해성 검사도 통과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 사범은 “코팅재를 바른 죽도를 써본 검도인들은 ‘죽도 무게가 변하지 않으면서도 수명이 2~3배가 늘어나고 곰팡이도 생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 사범은 코팅재 이름을 ‘다솜유’로 지었다. ‘다솜’은 사랑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단군신화에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중 ‘홍익’과도 의미가 맞닿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 사범은 이어 특허 등록에도 도전했다. 신 사범은 ‘죽도의 청결과 수명 연장을 위한 코팅 방법’이란 이름으로 신청, 지난해 1월 4일 특허를 얻었다.
하지만 검도 종주국인 일본은 쉽게 특허를 내주지 않았다. 신 사범이 처음 특허 출연했을 때 한 차례 거절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3월 특허 등록에 재도전, 약 1년 8개월 만인 지난달 13일 일본 특허를 따냈다.
신 사범은 이제 다솜유로 일본 검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일본 검도인이 약 200만 명이라고 한다. 이 중 10분의 1만 다솜유를 코팅한 죽도를 쓰더라도 20만 명이 개량된 죽도를 쓰는 것”이라며 “일본 죽도 업체와 본격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100년 이상 이어져 온 검도 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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