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최초 한복 커버! 2024년 새해를 여는 수지, 그리고 한복

이마루 2023. 12. 26.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 먼 길을 항해해 온 수지가 지금 고요하게 닻을 내리고 응시하는 마음.

Q : 한복 입은 수지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연스럽게 영화 〈도리화가〉를 오랜만에 꺼내 봤습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소리꾼 채선의 이야기였죠

A : 저도 오늘 〈도리화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중간중간 익숙한 기분이 왜 드나 했더니 채선이가 입었던 한복과 비슷한 면모들이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한복과 잘 어울리는 쪽머리도 하고요(웃음).

에메랄드 컬러의 저고리, 뒤꽂이는 모두 Tchai Kim.

Q : 2015년 작품이니 딱 열아홉에서 스무 살 때 수지의 모습을 담은 셈이죠. 밝고 수수하게 등장하는 영화 초반부를 보며 장난기 가득하던 데뷔 초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어요

A : 지금도 장난기는 여전해요. 조금 무심해진 면도 생겼지만.

Q : 1992년에 창간한 〈엘르〉도 한복 커버 화보를 촬영한 건 처음입니다

A : 이번 기회에 한복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여섯 벌의 한복 모두 저를 위해 제작해 주시기도 했고요.

소박한 화이트 컬러로 단아하고 검소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한복과 족두리, 한복 슈즈는 모두 Yuhyunhwahanbok. 먹색 노리개는 Naschenka.

Q : 오늘 입은 한복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한 ‘2023 한복웨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죠. 화보 영상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상영될 예정이고요.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됐나요

A : 거창한 마음으로 참여한 건 아니에요. 한복을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기회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여러 한복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탄생한 다양한 한복과 함께한다는 게 제게도 뜻깊은 일일 것 같기도 했고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목단수와 거들 치마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거들 드레스가 조화를 이룬 룩은 Hanbok Moon. 가락지와 노리개는 모두 Naschenka.

Q : 지난 10월에 공개된 〈이두나!〉는 은퇴한 K팝 스타라는 소재에 힘입어 〈타임〉 등 해외 매체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룹 활동 시절의 수지가 연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두나 같았다’는 평도 많았어요

A : 자칫 겹쳐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또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나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차츰 그 캐릭터로 봐주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일부러 배제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두나가 처한 상황이나 성격, 활동했던 그룹 이미지도 저와 많이 다르거든요. 덕분에 저도 해보지 않은 K팝 무대를 소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요.

전통 소재인 양단으로 만든 거들 드레스와 주화사 자수 등 한국의 전통 요소로 디자인한 드레스는 모두 Hanbok Moon.

Q : 두나는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는 법을 아는 섹시한 면모가 있는 인물이죠. 그럼에도 여러 인터뷰에서 종종 두나를 ‘귀엽다’고 소개하더군요. 스무 살 무렵과는 어느덧 한 발 떨어진 나이가 된 수지가 그 나이대인 두나와 원준(양세종)을 관조하는 느낌일지

A : 그럴지도요. 두나는 또래보다 사회생활도 빨리 시작했고, 스스로 모든 것에 통달한 것처럼 행동하고 이야기하잖아요.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원준에게도 누나처럼 굴고요. 그런 지점이 지금의 제가 볼 때는 귀여웠기 때문에 그렇게 소개한 것 같아요. 감독님도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릴 때 20대 초반 나이대에서 나올 수 있는 열정, 불타오르는 느낌을 많이 드러내고 싶어 했는데 그런 면도 잘 담긴 것 같아 좋더라고요.

Q : 원준의 캐릭터가 판타지라고 말한 적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두나!〉에서 가장 판타지 같았던 건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의 감정과 솔직하게 대화를 한다는 점이었지만요

A :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모든 게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한데요(웃음). 맞아요. 대본을 볼 때도 느꼈지만 〈이두나!〉 속 인물들은 말을 돌려서 하는 지점이 하나도 없고,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죠. 다들 깔끔해요.

허리에 선이 있는 ‘요선 철릭’을 변형한 언밸런스 스타일에 매듭과 노리개 디테일을 패턴화해 담아낸 한복은 Ouwr.

Q : 맞아요, 깔끔했어요. 어떤가요, 평소 감정을 적확하게 이야기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느끼는지

A :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또렷해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느끼는 걸 전할 때 좀 더 선명해지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전통 한복에 브랜드의 패턴 디자인을 접목한 한복은 Ouwr.

Q :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나였다는 말, 스스로를 망치지 않고 사랑하자고 말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진주(하영) 또한 원준을 향한 마음을 접으며 그런 이야기를 하죠

A : 진주의 그 대사는 사람들이 공감해 주길 바랐던 대사예요. 저도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건 저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 엄격함이 제게는 신념 같은 거여서 그렇게 지내왔는데 ‘나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봐주지 못했구나’ 싶은 시간이 있더라고요.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제가 모든 걸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괜히 혼자 짊어지려고 애쓰며 나를 다치게 했다는 게 시간이 지나면서 보였어요.

분홍색 저고리는 Ouwr.

Q : 사람들은 왜 무대 위의 화려한 존재에게 끌릴까요

A :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이제 그런 마음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무대가 그립다는 기분도 많이 희미해졌죠.

만개한 꽃 그림을 통해 새로운 예술 사조를 표현한 한복은 H, Apply. 가락지는 Naschenka.

Q : 그럼에도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은 수지에게 어떤 의미인지. 최근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A : 예전에는 사람 얼굴을 많이 그렸어요. 얼굴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그런데 요즘은 예쁜 방이나 아기자기한 건물을 그리는 데 더 마음이 가요. 내가 따뜻한 색감에 끌린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어요. 취미로 하는 일이다 보니 풍경 사진 시안을 찾아서 그리는데, 또 그렇게 그린 그림은 제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토대로 그려보려고 해요.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 좋은데요? 그 광경이 어떤 인상을 풍겼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요 그런데 색감이나 구도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지 않아서 결국 또 예쁜 시안을 찾게 돼요. 내 방식대로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도 해봤지만 아쉬워요. 잘 그려지면 잘 그려진 대로 ‘아! 내가 찍은 사진으로 할 걸’ 후회도 되고.

Q : 그림은 주제를 정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더군요. 한번 정한 이상 시간과 마음을 절대적으로 들여야 완성되니까요

A : 확실히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하는 일이라 애정이 많이 가요.

단아한 모습의 삼국 저고리와 주름치마는 모두 Songhwa by Jeong. 뒤꽂이와 노리개는 모두 Naschenka.

Q : 2010년, 열여섯 살에 데뷔했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인정받아야 했던 아티스트에게 당시 대중이 다소 엄격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A : 한편으로는 그럴 만했다 싶기도 해요. 평가는 피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 말들에 상처받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요. 요즘이라고 사람들이 딱히 관대해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웃음). 다만 그걸 받아들이는 제가 달라졌죠.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은 항아리 실루엣이 돋보이는 디자인의 한복과 나비 모양의 뒤꽂이는 모두 Tchai kim. 노리개는 Naschenka.

Q : 노래도, 연기도 사실 좋아하고 또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죠. 두려움을 딛고 계속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A : 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제가 감지할 수 있는 열정, 현장에서의 마음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그 일에 열정과 마음을 엄청나게 쏟기 때문에 가능하거든요.

플라워 디테일의 레이스 저고리는 H, Apply.

Q : 누군가의 커리어를 볼 때 비평적 관점에서 ‘전환’으로 언급되는 순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수지가 스스로 느끼는 전환점은

A : 영화 〈원더랜드〉 촬영 기간. 제가 느끼기에 자유로웠던 현장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꽤 길었죠. 덕분에 또 다른 방식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시기라 그 기간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도 1월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는 마음이 남다르지 않을지

A : 제가 항상 겨울에 촬영을 했거든요. 오늘도 촬영 중에 추위를 조금씩 감지하며 ‘아, 이제 촬영할 때가 또 됐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의 마음은 늘 비슷해요. 기다려지면서도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죠. 그래도 이번 역시 재미있게 잘 해보고 싶어요.

삼국시대 쌍영총 벽화에 그려진 귀부인들의 의상에서 영감받은 삼국 저고리와 주름치마는 모두 Songhwa by Jeong. 노리개는 Naschenka.

Q :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런던에서 촬영한 브이로그를 보며 아침에 달리기를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A : 달리기 안 합니다(웃음). 달리기를 전혀 안 하는 사람인데 그때 런던 날씨가 워낙 쌀쌀했어요. 체온을 좀 높이려고, 정말 살려고 달렸죠. 아침에 일어나면 공기부터 싸늘한데, 또 춥다고 침대에서 뭉그적대며 시간을 버릴 수는 없잖아요? 하루 달리고 나니 상쾌한 에너지가 생기는 게 느껴져서 또 계속했고요. 달리기가 아침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고궁 박물관에 소장된 모란도를 디지털로 프린트한 허리 치마가 돋보이는 한복은 Songhwa by Jeong. 꽃 모양의 뒤꽂이와 노리개는 모두 Naschenka.

Q : 브이로그를 직접 편집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그 과정을 엄청 즐기는 것 같지는 또 않더라고요

A : 대단한 편집을 요하는 영상이 아니다 보니 누군가에게 맡기기에는 애매하고 소소하달까? 이 정도는 내가 해보자, 이 정도는 내가 찍고 편집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했어요. 봐주시는 분들에게 좀 더 개인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Q : 1인칭 시점으로 넣은 자막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여행지 스타일링도 재미있고요

A : 해외에 가면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요. 항상 귀여운 모자나 아이템을 발견하면 사두거든요.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동안 모아둔 온갖 특이한 것들을 모두 가져가곤 해요.

주화사 자수 등 한국의 전통 요소로 디자인한 드레스는 Hanbok Moon. 가락지와 노리개는 Naschenka.

Q :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데뷔 초에는 스스로 여기저기 휩쓸리는 작은 돛단배 같다고 했어요

A : 맞아요!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쩌면 종이배였을지도 몰라요.

Q : 지금은 어떤 배인 것 같나요? 바다 위에 있다는 느낌은 여전히 드는지

A : 지금은… 아주 멀리서 봤을 때 비로소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런 배이지 않나 싶어요. 가까이서 볼 때는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움직이고 있는 배요. 닻도 내린 채.

전통 한복에 서양 의복 패턴을 적용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한복과 족두리는 Yuhyunhwahanbok.

Q : 배의 조타기도 내가 잡고 있고 말이죠(웃음). 2024년, 수지는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요

A : 서른 살이 되는 것에 별생각 없었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뭔가 바뀌긴 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이 궁금하고, 예전에는 즐기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슬쩍 관심이 생기고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새해에는 건강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해요. 나를 제대로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