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상장 이후 첫 유증…뿔난 애플 달래기용? [재계 TALK TALK]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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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최근 상장 이후 처음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투자 확대를 두고 핵심 고객인 애플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로 1조36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LG전자(지분율 37.9%) 등 주주들에게 우선 청약 권리를 주고 미달 물량은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로 넘기는 주주배정 방식이다. 이번 증자는 애플 공급용 중소형 OLED 투자 확대를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중소형 OLED에서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아 LG와 중국 BOE 등을 밀어주고 경쟁 관계를 조성해 가격 협상력을 키우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 BOE와 LG 모두 수율(收率·정상품 비율) 안정화에 애를 먹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중간재 산업으로 최종 고객사 수요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애플은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력 기반 OLED를 공급받기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LTPO TFT는 기존 저온다결정실리콘(LTPS)과 산화물(Oxide) TFT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패널 전력 효율을 높여준다. 문제는 관련 공정 구현을 위한 장비 가격이 워낙 비싸 투자비용이 대폭 늘어난다는 데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장기간 적자로 곳간 사정이 신통찮다. 2023년 3분기 기준 현금은 3조원 정도로 8세대급 OLED 공장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관련 공장을 짓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거나 그룹 차원에서 현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번 증자에 LG전자가 5000억원가량 참여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광저우 공장 매각은 ‘계륵’인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각화 등을 명분으로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LCD 구매 문의가 늘고 있고 감가상각도 거의 다 끝나간다”며 “공장 입지도 좋다 보니 막상 매각하려니 아까운 상황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고 애플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게 딜레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3분기 기준 1조2100억원가량 장기선수금을 잡았는데, 시장에서는 선수금의 대부분이 애플로부터 나왔을 것으로 본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공동 투자 등의 명목으로 조 단위 선수금을 밀어준 애플 입장에서는 수율은커녕 설비 투자에도 소극적인 LG디스플레이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수율 전문가이자 ‘애플통’으로 꼽히는 정철동 사장이 구원 투수로 투입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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