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변한 목소리에 물도 삼키기 힘들다면 ‘성대마비’

민태원 2023. 12. 2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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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성대마비
조정해 성빈센트병원 교수
가톨릭의대 이비인후과 조정해 교수가 왼쪽 성대마비로 시술받은 환자의 상태를 후두 내시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바이러스 감염·수술 등이 주요원인
특발성 80%, 3~6개월 후 자연회복
뒤늦게 폐암 등 종양 발견되기도
음성치료 기본… 성대 주입술 보편화

40대 학원 강사 A씨는 얼마 전 감기를 앓은 후 갑자기 쉰 목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2~3주간 증상이 이어져 수업 진행이 어려웠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레가 들려 고생했다. 말을 많이 해서 목에 무리가 갔던 것일까. 그런데 이비인후과 진료와 검사 결과 '바이러스에 의한 성대마비' 진단을 받고는 적지않이 당황했다.

조정해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성대마비 클리닉(이비인후과) 교수는 25일 "목소리를 남용하거나 무리한 발성은 성대 용종(혹)이나 결절(굳은살)을 유발할 순 있지만, 성대마비를 초래하진 않는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성대마비의 여러 원인 중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특발성인 경우가 많은 편인데, 요즘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이나 환절기에 환자가 더 많이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성대마비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이나 갑상샘암 식도암 등 뜻밖의 종양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 교수는 “따라서 목소리가 갑자기 변했거나 물 마실 때 쉽게 사레들리고 삼키기 힘들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에게 해당 질환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성대마비는 어떤 상황인가.

“성대는 기도 입구에 있는 V자 모양의 기관이다. 숨 쉴 때는 양쪽 성대가 벌어지면서 공기가 기도로 들어가게 하고 말하거나 침·음식을 삼킬 때는 닫히는 게 정상이다. 음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음식이 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이런 한쪽 또는 양쪽의 성대가 움직이지 않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때를 말한다.”

-한쪽 혹은 양쪽 성대마비냐에 따라 증상이 다른가.

“성대마비 대부분(95%)은 한쪽 마비다. 이 경우 쇳소리나 허스키, 갈라지는 소리가 나고 물 마실 때 사레들려 기침이 심하게 날 수 있다. 양쪽 성대가 마비되면 성대가 중앙으로 몰리게 돼 숨쉬기 힘들고 천명(쌕쌕거림)이 들린다. 이 때문에 천식으로 잘못 알고 호흡기내과를 찾기도 한다. 잘 때 코골이처럼 시끄러운 숨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특발성, 폐암 후두·인두암 갑상샘암 식도암 종격동암 림프암 등 종양, 갑상샘질환 수술 후 발생하는 의인성, 결핵 류머티즘성관절염 등 전신질환, 뇌경색 신경성종양 등 신경질환, 외상(교통사고, 기도삽관 후 손상) 등 다양하다. 특발성인 경우 70~80%는 3~6개월 지나 자연 회복되지만 20% 정도는 마비 증상이 지속된다. 갑상샘 전절제 수술이나 뇌경색 후, 후두·인두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엔 양쪽 성대마비가 올 수 있다. 위암 수술 후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와 봤더니 전신마취 후 기관 삽관(영양 튜브)하다 성대를 건드려 마비가 온 사례도 있다.”

조 교수는 “특발성과 의인성 원인이 60~70%다. 또 성대마비로 왔다가 암을 발견하는 경우 대부분은 많이 진행(4기)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진단은 어렵지 않나.

“대부분은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되돌이 후두신경)이 마비돼 나타난다. 후두 내시경 검사는 발성할 때 양쪽 성대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마비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단, 성대마비는 후두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신경 기능은 정상이어도 성대 내 관절이 외상에 의해 탈구돼 성대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땐 성대 신경 손상인지, 관절의 문제인지 확인 가능한 근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음성 치료(재활)를 기본으로 원인·상태에 맞는 단독 혹은 복합 치료를 시행해 목소리 회복을 최대한 끌어낸다. 가장 보편화한 치료법이 성대 주입술(주사 성대 성형술)이다. 성대 근육에 볼륨을 만들어주는 필러(히알루론산 성분)를 주입해 마비로 인해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은 양쪽 성대를 가운데로 이동시켜 발성 시 성문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 준다. 예전엔 3개월 정도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한쪽 성대마비나 빠른 음성 회복이 필요한 환자에게 주로 시행했으나 최근엔 주입 물질과 치료 방법의 발전으로 가능하면 일찍 성대 주입술을 시행한다. 성대마비로 인한 불편감을 줄일 수 있고 기능 회복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시술자 능력에 따라 치료 예후가 크게 좌우되므로, 다년간 경험과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전문의에게 받는 걸 추천한다. 3번 정도 성대 주입술로 효과가 없으면 수술적 방법, 양측 마비인 경우 KTP레이저 이용 성대 부분 절제술과 보톡스 주사 병행을 고려한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발생한 성대마비인 경우 성대 내 물질 주입이 매우 까다롭다”면서 “정확한 주입을 가능케 하는 초음파 또는 광(光) 유도 주입술 등의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곳은 전국에 10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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