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승만 전 대통령 선정...여야 엇갈린 반응
국가보훈부가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했다.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으로, 이 전 대통령은 32년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여야는 이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보훈부는 25일 ‘세계 속 독립운동’을 주제로 선정한 내년 1~12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총 38명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음달인 내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보훈부는 “이승만은 1919년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했고,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으로서 한인 자유대회 개최와 한·미 협회 설립 등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여야는 이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놨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대한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독립영웅, 그리고 피와 눈물로 쓰인 독립운동의 역사를 조롱하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를 감행하는 등 국민의 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다 4·19혁명으로 국민의 손에 끌어내려진 독재자"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에서 도를 넘는 비난을 쏟아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내린 모욕적인 평가 또한 복잡다단한 우리 현대사를 편향된 시각으로 섣부르게 재단하려는 오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로 언급한 사실관계의 대부분은 전혀 역사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독립운동 공적을 중심으로 결정이 이뤄진다. 보훈부 역시 이 전 대통령의 해외 독립운동 활동에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가 갈린다. 이 전 대통령은 일제강점기에 하와이와 미국을 기반으로 독립 운동을 벌인 공이 있고, 6·25 전쟁 직후 한·미 동맹의 기반이 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사사오입 개헌' 등 장기 독재를 둘러싼 비판 또한 적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은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인해 4.19 혁명이 일어난 뒤 하야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이 전 대통령의 공로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지난 6월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하기도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7월 이 전 대통령 서거 제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 전 대통령 바로 세우기는 어떤 개인에 대한 숭배나 찬양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이념과 진영 논리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공이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또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 등 역사적 논쟁이 있는 인물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관이 마음대로 할 사안이 아니라 선정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기념사업회 등으로부터 총 265명의 인물을 추천받은 뒤 보훈부, 광복회, 독립기념관, 근현대사 전공학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됐다고 한다.
한편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에는 이 전 대통령 이외에도 만주 정의부에서 활동한 김창환·이진산·윤덕보·김원식 독립지사(2월),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과 3·1운동을 함께한 호주인 마거릿 샌더먼 데이비스·이사벨라 멘지스·데이지 호킹(3월) 등이 선정됐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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