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생각날 때마다 모았다"…익명 편지에 눈물 흘린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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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모았습니다.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했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는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춥게 눈 내리던 그 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 해서든 빨리 구조하려고 노력하던 구조대원들, 구조 후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같이 뛰며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해 주신 분, 남편과 따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절 데려다주시며 놀라지 않게 설명해주시며 빠르게 데려다주시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어제인 것같이 생생한데 일 년이 지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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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생각날 때마다 모았다" 기부금도 동봉
"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모았습니다.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했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1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30대 여성이 남편을 병원으로 이송해준 구조대원들에게 익명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5일 중앙일보,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로 특별한 선물이 배달됐다. 선물 박스에는 와플 등 간식과 음료 50잔과 함께 흰 봉투가 들어있었다. 봉투에는 편지와 현금 200만원이 들어있었다.
편지에서 익명의 기부자는 자신을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춥게 눈 내리던 그 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 해서든 빨리 구조하려고 노력하던 구조대원들, 구조 후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같이 뛰며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해 주신 분, 남편과 따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절 데려다주시며 놀라지 않게 설명해주시며 빠르게 데려다주시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어제인 것같이 생생한데 일 년이 지났다"고 회상했다.
기부자는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저의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이라며 "이날이 오는 게 힘들고 두렵고 무서워 조금이나마 좋아할 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모았다"며 동봉한 200만원의 사연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아이 생일에 아빠의 이름으로 무언가 사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면서 "그날 이후 구급차를 보면 숨 막히게 힘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니 구급차를 보는 게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은 더 많이 하고 싶지만, 남편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만 키우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없는 살림에 모은 돈이라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며 "부담 없이 받아주시고 꼭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광주소방서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신고한 뒤 즉시 기부자를 찾아 나섰다. 간식과 음료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금 200만원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음료 배달 업체를 통해 파악한 익명 기부자의 정체는 30대 여성 A씨였다. 중장비 기사였던 A씨의 남편 B씨는 딸의 생일이었던 지난해 12월15일 평소처럼 출근해 일하다가 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평소 앓던 지병 때문이었다. 즉시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하고 계속 심폐소생술을 하며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그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광주소방서 관계자들은 돈을 돌려주기 위해 직접 A씨를 찾았다. A씨는 "당시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재차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미 전달한 돈이니 돌려받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소방관들의 거듭된 설득에 A씨는 남편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데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방서 측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A씨의 딸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다.
광주소방서 관계자는 "이송 환자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가족에게 원망받는 일도 있는데 '고마웠다'는 A씨의 편지에 소방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며 "A씨와 A씨의 딸이 행복하게 잘 지내길 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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