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컨테이너 운임비 50% 오른다는데…" 홍해發 물류대란 현실화
예멘 후티 반군이 미 군함에 이어 홍해를 통행하는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한 여파로 물류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국제 교역의 주요 바닷길이 제 기능을 못 함에 따라 해상 물류 지연, 물류비 상승 등의 현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해운업을 비롯한 국내 물류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뿐 아니라, 제조업 부품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가는 컨테이너 운임비 45% 올라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유럽 노선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일 기준 20피트 컨테이너(1TEU) 1대당 1497달러로 전주 대비 45.52%(468달러) 올랐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반영한 지수로 매주 금요일 발표된다. SCFI가 올라가면 운임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중해와 미국 서부·미국 동부·중동·호주·남미 등을 포함한 SCFI 종합지수도 1254.99포인트로 전주 대비 14.8%(161.47포인트) 상승했다. SCFI가 1200포인트를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 25일(1229.90) 이후 1년여 만이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컨테이너 운임비가 대폭 증가한 건 국내외 해운 기업들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국제 교역로의 핵심인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를 우회하면서 물류 운송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도발을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엔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선박뿐 아니라 모든 민간 선박을 향해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곳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항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중엔 세계 8위 규모이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포함된다. HMM은 지난 15일부터 희망봉으로 항해하고 있는데 이 경우 6500km를 더 항해해야 해서 소요기간이 7~8일 더 걸린다. 세계 2위 해운회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24일 성명을 통해 홍해 운항 재개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후티 반군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실제 운항 재개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노선도 비상…내달 50% 상승 예고
불똥이 뛴 건 유럽 노선뿐만이 아니다. 미국 동부로 향하는 해운 운임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서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경우 이상 가뭄에 따른 저수위로 선박 통행을 제한해왔다. 이에 선박들은 파나마 운하 대신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고 있었는데 이것마저 막히면서 희망봉으로 다시 노선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해운 운임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미국에 농수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임모(59)씨는 “선박 회사에서 다음 달부터 해상 운임비를 50% 정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씨에 따르면 미국 LA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의 경우 2000달러 정도에서 3000달러 선으로, 미 동부로 가는 컨테이너는 30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올라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은 납품 기일을 맞춰야 하니까 좀 더 일찍 물량을 보내려 하니 물량이 몰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상운송업체 오엘유에스에이(OL USA)의 최고경영자(CEO) 앨런 베어는 “화물이 발에 묶인 화주들이 웃돈을 지불하면서 특정 노선에서 운임이 100~300%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해를 둘러싼 분쟁이 길어질 경우 물류 ‘병목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상품 교역량의 3%를, 수에즈 운하는 12%를 차지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로 나뉘어서 이동했다면 이젠 희망봉으로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선박이 모두 몰리면서 중간에 대기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중 좌초됐을 때 운하가 일주일간 봉쇄되면서 전 세계 물류의 12%가 마비된 바 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파나마 운하의 가뭄 지속, 홍해 항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해상물류 지연, 운임비 상승 등이 우려된다”라며 “필요하면 수출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기업들에 물류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미국, 유럽에 위치한 자동차·배터리 등 국내 기업 현지 생산 공장의 경우 한국에서 공급되는 부품 등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어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덧붙였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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