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선 "묵언수행 그만"…與한동훈 등판에도 이재명 버티는 까닭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가 27일 출범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당 쇄신 요구가 나오지만, 이재명 대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묵언 수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와 당 혁신을 주장하는 의원모임 ‘원칙과 상식’은 앞서 이 대표를 향해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응답 시한을 연말로 못박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1일에도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주겠다는 제 말은 유효하다”며 재차 이 대표를 압박했다.
12월 31일까지 엿새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이같은 요구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 최근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석상에선 민생ㆍ경제 메시지에만 집중했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사퇴를 공개 거론한 21일에도 이 대표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의견이야 얼마든지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라고만 했다.
당 지도부에선 이 전 대표 측과 “최대한 접점을 마련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전 대표 측과 두루두루 연락하고 있다. 선택의 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서로 노력을 좀더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의 통합비대위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또다른 측근은 “이 전 대표가 (통합 비대위 설치라는) 받을 수 없는 요구를 하니 어렵다. 당원 중에선 오히려 ‘나가게 두라’며 화가 많이 난 분도 많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판이 나온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묵언 수행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남 이후 이 대표와 당 지도부를 통해 당의 활로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며 “당 대표실 안에서 묵언수행을 마치고 진짜 정치로 나와야 한다. 진검승부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그간) 현상 관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쇄신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이유론 견고한 당 지지율이 꼽힌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지난 9월 법원에서 기각된 후 10~12월에 걸쳐 양대 여론조사업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0%대(한국갤럽), 40%대(리얼미터)를 유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도부 교체도 당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선거에서 졌을 때 하는 것”이라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후 당 지지율도 견고한데 당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영장 기각 후 이재명 리더십이 당내에서 굳건해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 쇄신보다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대표가 현역 의원은 무조건 경선을 치르도록 하는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면서 현역의 불만도 잠잠해졌다는 평가다. 한 수도권 의원은 “대표적 비명계로 불렸던 중진 의원들도 최근 침묵하고 있지 않나. 경선만 조용히 치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총선 승리보다 당 대표직 유지와 재선에 더 관심 있는 것 아닌가”란 주장까지 제기된다. 통상 양당이 총선 시기가 되면 혁신경쟁을 통해 유권자에게 호소하지만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로선 총선 이후 전당대회에 또다시 나설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초선 의원)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이 대표에게 압박 요소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전주 대비 2.3%포인트 상승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3.1%포인트 하락하면서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2.6%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이 샅바 잡히지 않기 위해 변화와 혁신, 체질 개선을 선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의 플랜이 무엇인지 내놓을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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