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HSBC·BNP파리바에 '사상 최대' 과징금 265억
금융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의 560억원 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 혐의로 BNP파리바와 BNP파리바증권, HSBC에 대해 과징금 265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공매도 제한 위반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도입된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 갚으며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한 뒤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선 주식을 미리 빌린 다음 그만큼만 공매도해야 한다. 이들 IB는 실제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공매도한 뒤 부족한 주식은 나중에 빌려 채워 넣는 방식을 썼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직접 국내 시장에 공매도할 수 없고 IB를 통해야 하는데, 주문을 받은 IB가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진 주식 수보다 더 많은 공매도 주문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내부 부서끼리 주식을 빌려준 뒤, 대여 내역을 시스템에 제대로 입력하지 않으며 부서간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하는 방식으로 잔고를 부풀렸다. 증선위는 “향후 무차입 공매도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인식‧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한 채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NP파리바 계열사인 BNP파리바 증권도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지속해서 수탁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증선위는 BNP파리바와 BNP파리바 증권에 대해 각각 약 110억원‧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HSBC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주식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선위는 “공매도 후 사후 차입행위를 상당 기간 지속한 만큼 위법행위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HSBC에는 약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선 검찰 고발 조치도 함께 의결했다. 증선위가 불법 공매도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불법 공매도 혐의로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건 지난 3월 ESK자산운용으로 38억7000만원이 부과됐다. 이전에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 과태료만 부과했지만, 2021년 4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공매도 주문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증선위 관계자는 “그간 외국 투자자에 대해 우호적 투자 환경 조성 노력을 했음에도 글로벌 IB의 위반 행위가 발견됐다”며 “엄정한 조치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다른 글로벌 IB의 공매도 거래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 섬의 여자는 참지 않는다, '이혼율 1위' 도시의 속사정 | 중앙일보
- 한소희, 인스타에 안중근 사진 올리자…日 "이젠 팬 아니다" 반발 | 중앙일보
- 결국 소변줄 꽂고 기저귀 찬다…어르신 입원 한 달 뒤 닥칠 일 | 중앙일보
- "결국 이 지경" 노홍철 깜짝 근황…휠체어에 지팡이, 대체 뭔일 | 중앙일보
- "매일밤 부인 술에 데이트 강간 약물"…영국 내무장관 충격 발언 | 중앙일보
- 치솟는 불길, 0세·2세 안고 뛰어내려 숨진 아빠…최초신고자였다 [르포] | 중앙일보
- "변기도 뚫어줬다, 개인비서 전락" 원어민 교사 싫다는 학교들 | 중앙일보
- 92학번 동기 조정훈, 윤사단 주진우...한동훈 정치 인맥은 | 중앙일보
- "산타에겐 너무 벅찬 소원"…미국 부모 난감하게한 '성탄 선물' | 중앙일보
- 서울 마지막 달동네의 성탄 선물…'비타민' 같은 목욕탕 이야기 [르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