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IAEA 사무차장 "北 새 경수로, 플루토늄 4~5배 생산 가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공격도 불사할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이 새 경수로를 가동할 경우 핵 무기용 플루토늄 생산량이 4~5배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의 경수로 가동 준비는 북핵 협상 과정에서 영변 핵 단지가 여전히 강력한 협상 카드라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내년 한·미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완전히 재가동할 경우 이론상 연간 약 15~20㎏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5MW(e)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며 "핵무기 한 개에 필요한 플루토늄의 양을 4㎏로 보면 1년에 최소 15㎏을 생산할 경우 거의 4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봐도 1년에 약 20kg의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며 하이노넨 특별연구원과 비슷하게 추산했다. 그러면서 "만약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을 결합한다면 (북한은) 연간 1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10년부터 평안북도 영변에 있는 핵단지에서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LWR)를 건설해왔으며, 발전 용량은 30MW(e)로 추정된다는 게 VOA 측의 설명이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술핵을 다량 생산하고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다만 영변에서 새 경수로가 완전한 가동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핵무기 제조 물질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려면 원자로 테스트와 출력 조절, 안전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노이넨 특별연구원은 "실제 핵무기의 용량이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좀 늦어질 것"이라며 "아마도 2025년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변은 미국이 정찰위성을 비롯한 각종 정보자산을 투입해 실시간으로 핵 관련 동향을 감시하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대놓고 새 경수로 시운전을 시작한 건 내년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긴장을 높이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미국이 영변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핵 고도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핵 활동 이면에는 영변 핵 단지가 여전히 강력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당시 주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만 내놨다가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이에 당시 미국의 계산이 틀렸으며, 영변은 여전히 효용성 있는 강력한 협상 카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김정은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김정은이 이처럼 '마이웨이'식 핵 고도화를 추구하는 한 비핵화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VOA에 "북한이 설사 협상에 나서더라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기껏해야 미국과 동맹으로부터 큰 양보를 받아내는 대가로 핵무기 능력에 제한을 두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돈줄'인 가상화폐 해킹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부문 부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해킹을 통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그 결과가 현재의 비약적인 미사일 발사 증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해킹) 활동에 따른 수익성을 차단하는 것이 해킹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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